[여론마당/이윤호]해외진출기업 세금분쟁 정부가 도와줘야

  • 입력 2006년 2월 2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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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들은 현재 세계시장에서 선진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예컨대 한국의 전자산업은 최근 몇 년간 급속한 발전을 거듭함으로써 액정표시장치(LCD), 반도체, 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 부문과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부문에서 세계 1등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잡아가고 있다. 이런 한국 기업들의 성장세에 위협을 느낀 외국 기업들은 자국 정부를 통해 조세나 통상 분야의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한편 대외적으로는 한국 기업의 글로벌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정(FTA) 등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은 선진국에서 매우 높은 납세 성실도를 요구받고 있다. 특히 이전가격(移轉價格) 과세와 반덤핑 과세 등은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또 해외 판매법인은 시장진입 초기에는 영업이익률이 매우 낮을 수밖에 없는데도 유럽연합(EU) 내 몇몇 국가에서는 ‘판매법인은 반드시 이익을 내야 한다’는 자국의 판례를 들어 개별기업을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판매법인이 현재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 4%를 일률적으로 적용해 과세하는 것이다. 이를 개별기업이 자체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는 세무 관련 규정이 빠른 속도로 개정되고 있는데 규정 변경에 대한 정보 부족과 개정된 규정의 모호함으로 인해 세무 관련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세금을 많이 납부했으면 환급을 받아야 하는데 그 절차가 너무 까다롭거나, 혹은 세무조사를 받아야 하는 위험 때문에 기업이 억울하게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영부담 요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별기업 단위의 자체역량도 필요하지만, 국가신인도 제고 및 정부기관의 대외 협상력 강화 또한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해외진출 기업이 적정소득을 현지 과세당국과 사전에 합의해 결정하는 ‘이전가격 사전승인제도(APA)’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한국 과세당국의 협상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우리 국세청이 한국 기업의 투자밀집국가에 고위급 대화채널을 확보하면 해외진출 기업에 대한 무리한 과세나 차별적 대우가 없도록 지원할 수 있고 과세분쟁 해결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에 우리 국세청이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선진국들과 중국 인도 등 세계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커가고 있는 국가들과 함께 ‘G10 국세청장회의’의 창설멤버로 참여하게 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일이라 본다. 우리 정부가 해외진출 기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다면 기업은 지금보다 더욱 당당하게 선진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의 해외진출 기업들이 사업 본연의 경쟁력 제고에 더욱 집중함으로써 IT와 가전 분야 외에 더 많은 1등 브랜드를 만들어 내고, 한국경제의 알찬 성장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지속성장에도 기여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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