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누구 맘대로 메뉴 바꿔!…‘주식형펀드’가 ‘혼합형’ 둔갑

  • 입력 2006년 2월 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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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널뛰기 장세를 보이자 주식 편입 비율을 낮추는 자산운용사들이 생기고 있다.

특히 조흥투자신탁운용은 투자자에게 알리지도 않고 ‘주식형’ 펀드를 ‘혼합형’ 펀드로 바꾸면서 주식 비중을 크게 낮춘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자산운용사는 펀드의 수익률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하지만 약관 변경에 대해서는 투자자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약관 맘대로 바꾸고…

조흥투자신탁운용은 2004년 7월 설정해 운용 중인 주식형 펀드 ‘베스트장기주택마련 주식투자신탁1호’를 지난달 31일 혼합형 펀드로 바꿨다.

주식편입 비율은 지난달 초 96%에서 이달 초 69%로 27%포인트나 낮아졌다. 그 덕분에 수익률은 최근 증시 급등락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 회사는 펀드 성격을 바꾸는 과정에서 투자자의 사전 동의를 얻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본보 취재팀이 확인에 나서자 이 회사는 3일 오후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약관 변경 사실을 고지했다.

주식형 펀드는 순자산액의 6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지난해 주식시장이 급상승하면서 ‘펀드 투자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다. 반면 혼합형 펀드는 채권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순자산액의 30∼60%를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조흥투신운용 김성기 주식운용본부장은 “내부 사정으로 유형을 변경했다”며 “투자자에게 먼저 알려야 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 김대일 상품전략팀장은 “이 펀드에는 장기투자를 하려고 가입한 투자자보다 지난해 펀드 열풍을 타고 들어온 투자자들이 많다”며 “원금 손실이 나면 민원이 많을 것 같아 미리 안정적인 혼합형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해서 펀드 수익률을 지켰다”면서 “약관 변경에 동의하지 않는 가입자가 환매(중도 인출)를 원한다면 환매수수료를 물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규정은 애매하고…

현행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 따르면 ‘수익자 이익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이 변경되면 수익자 총회를 열어 의결에 부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수익자 이익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다.

금융감독원 박광철 자산운용감독국장은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주식형에서 혼합형으로 바꾸려면 투자자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펀드 유형을 바꾸는 것은 ‘수익자 이익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이라는 것이다.

반면 자산운용협회는 “펀드 유형을 주식형에서 채권형으로 바꿀 때는 분명히 사전에 알려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주식형을 혼합형으로 바꿀 때는 약관을 변경한 뒤 공지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강창희 소장은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규정이 명확하지 않으면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자에게 미리 알리지 않고 펀드 성격을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이에셋코리아자산운용도 지난해 말 명칭이 헷갈린다는 금감원의 지적을 받고 ‘세이고배당밸런스드60’펀드 유형을 주식형에서 혼합형으로 바꾸면서 인터넷 홈페이지에만 공지했다.

주식편입 비율을 줄인 것도 논란거리다.

최근 한 달 사이 주식편입 비율을 10%포인트 이상 낮춘 펀드는 5개, 5%포인트 이상 줄인 펀드는 17개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장기투자 문화가 정착된 선진국에서는 자산운용사들이 증시 상황이 변해도 펀드의 주식편입 비율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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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편입비율 10%포인트 이상 줄어든 펀드 (1월 기준)
운용사펀드주식 편입비율(%)변동(%포인트)
1월 2일2월 1일
조흥투신운용베스트장기주택마련혼합투자신탁1호(옛 베스트장기주택마련주식투자신탁1호)96.2868.98-27.30
KB자산운용KB스타레드성장주식196.9881.69-15.29
한국투신운용부자아빠비과세장기배당플러스주89.7076.34-13.36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프레스티지고배당주식투자신탁1호96.3784.94-11.43
한국투신운용한국부자아빠리처치파워90주식98.4987.91-10.58
자료: 한국펀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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