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高? 해외로 go!…기업들 “해외부동산 투자 적기”

  • 입력 2006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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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필리핀의 옛 클라크 미 공군기지에 있는 미모사 골프장을 인수하기 위해 4월 경쟁 입찰에 참여한다고 최근 밝혔다. 골프장과 함께 주변 땅을 사들여 호텔과 콘도를 갖춘 복합 리조트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레저와 물류 사업을 새 성장사업으로 정한 그룹 결정에 따른 것이지만 해외까지 나가 레저사업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재계에서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투자할 곳을 물색해 왔다”면서 “원-달러 환율이 떨어져 자금 부담이 줄어든 것도 투자 결정을 쉽게 내린 요인”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달러화에 대한 한국 돈의 가치가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서(원-달러 환율은 하락) 해외투자로 눈을 돌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수출기업이 환율 하락의 충격으로 고생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높아진 원화 구매력을 이용해 해외에서 골프장 등 부동산이나 공장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묻지 마 투자’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기업, “가자 해외로”

지난해 중국의 주유소와 자동차정비 사업에 진출한 SK네트웍스는 올해 화학제품 생산 공장과 철강가공 공장을 추가로 인수하기로 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원자재 수출에서 벗어나 중국 내수시장을 직접 겨냥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공장 인수를 추진 중”이라며 “원화 가치가 초강세여서 투자계획에 탄력이 붙었다”고 말했다.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너무 높아 사업다각화를 모색 중인 건설업계 역시 해외투자에서 답을 찾고 있다.

월드건설은 올해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 주택 리모델링 사업에 진출하고 지난해 카자흐스탄 주택 사업에 진출한 동일하이빌은 투자 규모를 크게 늘릴 계획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고금리 정책이 상반기에 중단될 가능성이 높고 무역수지와 재정수지 적자도 만만치 않아 달러화 약세가 불가피하다”며 “국내 기업들이 자구책으로 지분 매입 등 인수합병(M&A)형 해외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일본의 실패’를 교훈 삼아야

일본 기업들도 20여 년 전 한국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당시 일본 엔화 가치 강세는 더욱 극적이었다. 1985년 달러당 238.23엔에서 1995년 94.04엔까지 가치가 수직 상승했다.

여윳돈을 가진 일본 기업들은 앞 다퉈 미국의 부동산과 회사를 사들였다. 1989년 일본의 거대 재벌 미쓰비시가 ‘록펠러 센터’를 인수한 데 이어 뉴욕의 엑손빌딩, 로스앤젤레스의 알코프라자, 웨스틴호텔리조트 등이 일본 기업에 넘어갔다.

하지만 1991년 이후 부동산 거품이 꺼지자 은행에서 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했던 일본 기업들은 헐값에 부동산을 다시 내놓아야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정성춘 일본팀장은 “당시 엔화 가치가 급등하자 본연의 사업과 무관한 부동산을 마구 사들인 게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해외자산 매입은 자산 편중의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며 “해외투자는 기업의 장기 전략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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