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영수증 연말정산? “이 짜증을 정산하고 싶다”

  • 입력 2006년 1월 7일 03시 02분



회사원 김모(38) 씨는 6일 연말정산을 하려고 국세청 현금영수증 홈페이지에서 지난해 자신의 사용 금액을 확인하다 눈이 동그래졌다.

분명히 300만 원어치가 넘는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았으나 홈페이지에는 4월, 8월, 10월 각 1건씩 모두 3건에 14만 원어치만 등록돼 있었기 때문.

김 씨는 4월과 8월의 사용 명세를 확인해 보려고 했으나 확인조차 되지 않았다. 국세청이 최근 3개월 동안에 대해서만 사용 날짜, 사용 업소 등 현금영수증 사용 명세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 김 씨는 “신용카드는 1년 전의 사용 명세도 확인할 수 있다”고 항의했다.

다음 달 10일 연말정산 신고 마감을 앞두고 직장인들의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 현금영수증 홈페이지(현금영수증.kr)에서 자신이 사용한 금액을 확인해보면 일부가 누락된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현금영수증 소득공제 제도를 처음 도입해 이번 연말정산부터 적용한다. 신용카드, 직불카드, 학습비 지로영수증 사용 금액과 합쳐 연간 급여의 15%를 넘는 사용액의 20%(500만 원 한도)에 대해 공제해 준다.

회사원 윤모(48) 씨는 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연말정산을 위해 현금영수증 사용 금액을 조회하자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매달 3만120원씩 모두 15만600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씨는 “현금으로 물건을 할부 구입한 것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다”며 “문의 전화를 계속 해도 연결되지 않아 가슴을 졸였는데 며칠 후 다시 확인해 보니 나도 모르게 수정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개인납세국 전자세원팀 양철호 사무관은 “전산 오류가 있다면 모든 사용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벌어져야 하는데 일부만 항의를 하고 있다”며 “업소에서 일반 영수증을 현금영수증인 것처럼 주었거나 현금영수증 발급용 휴대전화번호를 등록해 두지 않아 누락되는 사례가 많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금영수증 사용자들은 “최근 3개월 이전의 사용 명세를 볼 수 없어 국세청의 설명이 맞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국세청 홈페이지에도 현금영수증과 관련한 사용자들의 항의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모 씨는 “지난해 6월 사용 금액이 15건에 5650원으로 나와 있다. 현금영수증 발행 최소 단위는 건당 5000원인데 이게 가능한 일인가. 여러 차례 문의 전화를 했지만 계속 통화 중이어서 포기했다”는 글을 남겼다.

상담센터에 대한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전화를 걸면 대기 순번이 100번을 넘어가기 일쑤고 대기하는 중 통화가 끊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

6일 오후 기자가 직접 상담센터로 전화를 하자 “128번째 대기자이고 연결까지 16분이 소요될 전망이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자동응답 음성이 들려왔다.

양 사무관은 “상담센터에 60명을 배치했는데 요즘 문의 전화가 하루에 1만6000∼1만8000건 걸려온다”며 “상담센터의 인원을 늘리거나 현금영수증 사용 명세 조회기간을 늘리는 방안이 있지만 예산 문제가 걸려 있어 당장 뭐라고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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