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000’선 붕괴 눈앞

  • 입력 2006년 1월 4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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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연초부터 하락(원화가치 상승)을 거듭해 달러당 1000원 선 유지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일 1010원 선이 무너졌고 3일에도 한때 1002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약세를 보인 끝에 힘겹게 1000원 선을 지켜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한때 1002.3원까지 떨어졌다. 장 마감 직전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화 ‘사자’ 주문이 나와 전날보다 2.6원 하락한 1005.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6월 9일(1004.2원) 이후 최저치다.

한 외환딜러는 “원-달러 환율이 1002원대로 떨어지자 몇몇 은행이 달러화 ‘사자’ 주문을 내 환율을 끌어올렸다”며 “당국이 개입한 기색이 역력하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과거에도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하면 당국은 시장에 개입해 왔다.

최근 환율 하락은 수출업체들의 달러화 ‘팔자’ 주문이 몰리면서 비롯됐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미 달러화 약세 예상 때문이다.

지난해 달러화 강세를 이끌어 온 미국의 금리 인상 행진이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의 쌍둥이 적자(경상 및 재정 적자)가 다시 부각돼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당국의 시장 개입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세 자릿수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대세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윤석 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마무리 및 쌍둥이 적자 지속, 중국 위안화 추가 절상 가능성 등 환율 하락 요인이 우세해 올해 원-달러 환율은 완만한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B선물 오정석 투자전략팀장은 “당국이 1000원 선을 지키려고 노력하겠지만 워낙 시장 심리가 얼어붙어 얼마나 버틸지 의문”이라며 “수출업체들이 갖고 있는 달러화는 물론 앞으로 들어올 달러화까지 선물시장에서 팔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은 6개월 후 원-달러 환율을 900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리먼 브라더스의 예상치가 950원으로 가장 낮고 씨티그룹은 997원,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각각 990원, 975원으로 예상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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