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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12월 1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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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CEO를 꿈꾸는 서울대생과 현직 CEO가 만났다. 2001년 출범한 ‘한국CEO포럼’ 송년행사에 서울대 ‘N-CEO(Next Generation-CEO)’ 회원들이 초대된 것. N-CEO는 2000년 서울대 경영대 법대 공대 재학생들이 모여 만들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CEO는 하나금융그룹 김승유(金勝猷) 회장, 신한은행 신상훈(申相勳) 행장, 우리은행지주회사 황영기(黃永基) 회장, FT협회 윤병철(尹炳哲) 회장, KTB 김한섭(金韓燮) 대표이사 등 70여 명이었다.
○ ‘시골 은사(恩師)론’ 눈길
윤 회장은 ‘시골 은사론’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직장 생활 44년 가운데 19년 동안 CEO로 일했다”며 “중요한 판단의 순간마다 ‘시골 은사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순리에 맞는 해법을 찾았다는 이야기다.
윤 회장은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의 논문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사소한 몇 가지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며 “국제 표준을 무시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잘 보여 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N-CEO 회장 조재천(24·경영) 씨가 “주주 기업 사원의 이해관계가 부딪칠 때 어떻게 하나”고 묻자 윤 회장은 “기업은 주주의 것이지만 경영자의 균형 조절이 없으면 존립할 수 없어 종사자의 몫도 생각해야 한다”고 답했다.
○ 여성은 ‘시집’을 자기편으로
이날 몇 안 되는 여성 CEO에게 여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서수아(21·경영) 씨는 “여성이 일과 사랑, 자녀 양육에서 원하는 바를 성취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이에 EZ디지털 이영남(李英南·여) 사장은 “일하면서 결혼 생활과 자녀 양육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시댁에 복종하고, 시집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면 그 이후는 무조건 오케이”라고 말했다.
김승유 회장은 “우리 회사는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사내 양육프로그램을 가졌으니 들어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 서울대생은 인내해야
CEO들은 이날 모임에서 서울대생들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이메이션 코리아 이장우(李長羽) 사장은 “서울대 졸업생은 입사했다가 학업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가르쳐 놓으면 사라지는 것 같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CEO가 되려면 바닥부터 일을 배우는 것이 중요한데 서울대생들은 백그라운드가 있으니 참지 못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 사장은 “(서울대생들에게) CEO는 해볼 만한 일”이라며 “하지만 유혹과 시련을 견뎌내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태경(25·경영) 씨는 “선망하던 CEO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며 “기업을 어떻게 만들고 운영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고 말했다.
서울대 경영대 박철순(朴哲洵)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도전이나 개척보다는 안정적인 고시나 컨설턴트 등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행사는 차기 경영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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