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왕 피자왕 설계왕… “직무王 뽑아라”

  • 입력 2005년 11월 24일 03시 01분


코멘트
해당 직무에서 최고의 솜씨꾼을 선발하는 ‘직무경연대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초밥왕’으로 뽑힌 수산부 김흥수 실장, 미스터피자 ‘피자왕’인 남원주 단관점 최지훈 씨, 한샘 ‘설계왕’인 서울 은평전시장 김재성 점장(왼쪽부터). 사진 제공 신세계백화점·미스터피자·한샘
해당 직무에서 최고의 솜씨꾼을 선발하는 ‘직무경연대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초밥왕’으로 뽑힌 수산부 김흥수 실장, 미스터피자 ‘피자왕’인 남원주 단관점 최지훈 씨, 한샘 ‘설계왕’인 서울 은평전시장 김재성 점장(왼쪽부터). 사진 제공 신세계백화점·미스터피자·한샘
‘초밥왕, 피자왕, 설계왕….’

만화의 등장인물이 아니다. 회사 ‘직무경연대회’에서 내로라하는 경쟁자들과 겨뤄 우승을 차지한 ‘최고 고수들’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최근 기업들이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직무경연대회를 앞 다퉈 열고 있다. 직원들은 경연대회를 준비하면서 각자 맡은 일을 ‘전문직’으로 인식하고, 일의 능률도 덩달아 오른다고 한다.

신세계백화점 인사팀 임병선 부장은 “직무경연대회로 업무 전문성을 높이고, 상품과 고객 서비스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궁극 목적”이라고 말했다.

○ 유통업계는 ‘초밥왕’

“이상적인 초밥의 밥 무게는 12g입니다. 이 무게를 맞추기 위해 밥알 240∼250개를 일일이 세면서 연습했어요.”

신세계백화점 서울 충무로 본점 수산부 김흥수(37) 실장은 ‘초밥왕’으로 통한다. 이달 초 열린 신세계 직무올림피아드 초밥부문 결선에서 경쟁자 6명을 물리치고 초밥왕에 등극했다. 결선대회 주제는 ‘새로운 초밥 모둠세트 내놓기’와 ‘밥 무게 12g 맞추기’.

그는 오이로 싼 밥에 15시간 동안 숙성시킨 꽃게알을 올려놓은 초밥을 선보였다. 순전히 ‘감’으로 집어 만든 주먹밥 5개는 모두 12g에 딱 맞았다. 그는 초밥 만들기만 15년 경력의 소유자. 1991년 신세계에 입사해 지금까지 15년 동안 초밥만 전문적으로 만들어 왔다.

올해 처음 열린 신세계 직무올림피아드에서는 과일 포장기술을 겨루는 ‘과일 포장왕’, 계산용 기계 다루는 솜씨를 뽐내는 ‘캐시어 퀸’ 등도 뽑았다.

○ 외식업계는 ‘피자왕’

지난달 23일 서울 동대문구 패션 쇼핑몰 두타 앞 상설무대. 9개 팀 14명이 나와 피자 도우(피자의 동그란 판)를 손가락 끝으로 돌리는 기술을 겨뤘다. 얼마나 화려한 기술을 동원해 피자 도우를 만드느냐가 경연의 심사 포인트.

이들은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미스터피자의 ‘도우 매직쇼 콘테스트’에 참가한 매장 직원들이다. 지역 예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결선에 올라온 ‘피자 돌리기’의 고수들이다.

이날 경연의 우승자는 강원 원주시 남원주 단관점의 최지훈(24) 씨. 찰리 채플린 의상을 입고 여러 차례 도우를 높이 던지는 묘기를 선보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최 씨는 “처음에는 사람들 앞에서 피자를 돌리는 게 쑥스러웠지만 이젠 ‘프로 의식’이 생겼다”며 “포상으로 중국 여행을 가게 돼 신난다”고 말했다.

미스터피자 마케팅팀 이용석 팀장은 “경연대회를 통해 직원들의 사기가 오르고 자신이 맡은 일에 자긍심을 갖는 등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가구업계는 ‘설계왕’

“부엌을 보면 대충 견적이 나옵니다. 냉장고 등 부엌에 들어가는 가전제품은 한눈에 사이즈를 맞힙니다.”

키친디자이너 김재성(31·서울 은평전시장 점장) 씨는 올해의 한샘 ‘설계왕’이다. 한샘의 키친디자이너 500여 명이 설계한 부엌 도면을 놓고 경합을 벌인 ‘설계경연대회’에서 우승한 것. 경력 5년차인 김 씨는 고객의 취향, 라이프스타일, 가전제품, 동선 등을 고려해 여러 장의 설계도를 만든다고 한다. 보통 6, 7가지 디자인을 고객에게 제안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는 “우승하고 나니까 ‘머물고 싶은 주방’을 디자인하고 싶다는 열정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