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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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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CEO)가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면 전 세계 경영현장에서 구체적인 성과물을 만들어 가는 것은 잘 훈련된 인재들의 몫이다.
기업이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내부의 인재들을 입사 초기부터 체계적으로 교육시켜 분야별 전문가로 키우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능력이 검증된 외부 인력을 수혈하는 방법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내부 인력 양성을 위해 △직원들의 글로벌 경험 기회 확대 △해외 비즈니스 기술 및 지식 배양 △실용회화 중심의 어학교육 등을 골자로 하는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사내직원 ‘가르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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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전문가’ 양성
삼성전자 홍보실에서 일하는 정재웅(36) 과장은 앞으로 인도 법인에서 인도 소비자를 상대로 회사와 상품을 홍보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정 과장의 자격은 충분하다. 그는 1995년 반도체 기술자로 입사한 뒤 반도체 제조와 구매 분야를 거쳐 홍보팀에서 4년째 일하고 있다. 회사가 91년부터 운영하는 ‘지역전문가’ 후보로 발탁돼 지난해 4월부터 1년 동안 인도 현지에서 생활했다. “3개월 동안 인도 전역을 여행했습니다. 인도 말과 풍물을 배우고 나중에 도움을 주고받을 현지인을 사귀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인도에 ‘서남아 총괄법인’을 두고 있으며 휴대전화 생산법인인 ‘삼성 텔레커뮤니케이션즈 인디아’도 세울 예정이다.
LG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G화학과 LG전자도 각각 1995년과 1997년에 지역전문가 제도를 도입해 해마다 수십 명을 전 세계 생산 및 수출 지역에 파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기존의 ‘해외 유학 및 연수 제도’를 지난해 ‘해외직무 연수 제도’로 개편해 직원들의 해외 경험을 늘려가고 있다.
○ 경영학석사(MBA) 과정
경험은 지식과 결합될 때 더 빛난다. 대기업들의 차세대 글로벌 리더들은 국내외의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이수하며 선진 경영 기법을 배운다.
LG그룹은 1997년부터 연세대 및 미국 워싱턴대와 산학(産學) 협동으로 ‘글로벌 Executive MBA(GEMBA)’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LG그룹은 해마다 각 계열사에서 지원자를 받아 까다로운 어학 및 면접 테스트를 거쳐 30명 내외의 교육 대상자를 선발한다.
이들은 연세대에서 6개월, 미국 워싱턴 주립대에서 11개월 등 총 17개월 동안 최신 경영학 이론과 사례를 공부한다.
SK그룹은 ‘선더버드 프로그램’이라는 단기 MBA과정을 두고 있다. 해외 업무 관련 임원 또는 부장, 차장급에서 60명 내외가 선발돼 3주∼4개월 동안 현지 교육을 받는다.
㈜SK 고도화시설기획팀 최남규(46) 부장은 지난해 동료 18명과 4개월 동안 미국에 체류하며 전략, 재무, 마케팅, 리더십 등 MBA의 핵심 과목을 듣고 돌아왔다. 최 부장은 “외국인과의 협상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이 많이 늘었고 영어 대화에도 한결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002년부터 해마다 180명의 사원을 선발해 서울대, 연세대 등 국내 대학에서 경영학 공부를 시키고 있다. 올해까지 900명이 선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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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 언어교육 과정
글로벌 리더를 만드는 데 어학 교육은 필수. 삼성인력개발원은 그룹 내 해외 업무 직원 및 파견 대상자 1600여 명을 모아 10주 동안 합숙 교육을 시킨다.
포스코는 올해 3월부터 점심 식사 시간과 주말을 이용해 어학공부를 하는 사내 학습조직을 지원하고 있다.
올 10월 현재 전국의 60개(포항 35개, 서울 9개, 광양 16개) 어학 동아리에서 700여 명의 사원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을 공부하고 있다.
포스코인재개발원의 문말애 씨는 “실력과 관심이 비슷한 10여 명의 소집단이 함께 공부하기 때문에 참여율과 능률이 대단히 높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해외인재 ‘모셔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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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출장 때 핵심인재 면담을 주요 업무 중 하나로 수행하라.’
올해 초 LG전자 김쌍수 부회장은 고위 임원들에게 이런 ‘특명’을 내렸다. 그 뒤 LG전자 임원들은 해외출장의 3분의 1을 인재 스카우트에 쏟고 있다. 김 부회장은 다달이 결과를 꼼꼼히 챙기며 고삐를 죄고 있다.
삼성 LG SK 등 한국 대기업들의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 해외 유명대학 경영학석사(MBA), 세계적 수준의 연구인력 등을 먼저 채용하려고 정성을 쏟고 있다.
글로벌 인재 확보 실적은 최고경영자(CEO)의 성적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이 실적을 CEO 평가에 반영한다. 어렵게 영입한 인재가 조기에 회사를 그만두면 최고경영자에게 일정 부분 책임이 돌아간다.
때문에 핵심인재들은 연봉 등 처우에서 초특급 대우를 받는다. 인재 한 명을 ‘모시기 위해’ 그룹회장의 전용기를 띄우기도 한다.
채용 대상도 해외 유학생이나 교포 등 한국인을 채용하는 수준에서 벗어났다. 해외 유명대학에 대규모 인재유치단을 파견해 국적 인종 성별을 초월해 공개채용을 하고 있다. 일과성 이벤트가 아닌 것이다.
삼성전자는 1999년 처음 해외 채용설명회를 열면서 인재 확보전쟁에 불을 댕겼다. 상하반기 한 차례씩 40∼50개 대학을 돌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베트남 인도의 명문대 학생 가운데 상위 1∼3% 에 드는 우등생들을 채용해 성균관대 경영대학원에서 위탁 교육하는 ‘입도선매’ 방식도 도입했다.
LG그룹은 2001년부터 매년 ‘해외우수인력 유치단’을 하버드 프린스턴 MIT 등 미국의 50여 개 주요 대학에 보내 채용설명회를 연다. 최근엔 유럽 인도 러시아 등 해외전략지역에 대한 채용 투어도 시작했다.
SK도 올 11월 미주지역과 중국의 상하이 베이징에서 대규모 채용설명회를 열 계획.
삼성전자 인재개발연구소 안승준 상무는 “글로벌 무한 경쟁시대에는 획기적인 선도제품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글로벌 인재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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