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는 대한민국 과학기술계의 두 스타, ‘투(Two) 황’이 만났다.
황 교수와 황 사장은 22일 모교인 서울대에서 만나 생명공학기술(BT)과 정보기술(IT)의 융합 및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 등에 대해 특별대담을 가졌다.
두 사람은 서로의 연구팀이 앞으로 두 차례 이상 자리를 함께해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난상토론)’을 하는 시간을 갖기로 의견을 모았다. 세계 최고의 BT와 IT 연구팀이 모인 ‘드림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국의 미래 걸머진 '2황' 특별대담
황 교수는 “서로가 상대 기술을 잘 모르지만 다른 재료가 모여 비빔밥이라는 새로운 제품이 되듯 굉장한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두 연구팀이 만나 한국의 미래를 그려 보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사장 역시 “다른 분야의 연구원들이 만나는 것만으로도 사물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며 “반도체 연구팀에는 ‘IT와 BT의 융합’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생길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두 연구팀은 조만간 경기 용인시 기흥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황 교수의 연구용 농장에서 차례로 모임을 가진 뒤 필요하면 만남을 정례화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두 사람은 IT와 BT가 결합하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같은 난치병의 치료에도 성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황 교수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이 가까운 미래에 에이즈를 치료하는 데 유력한 대안이 될 것”이라며 “줄기세포로 만든 면역세포가 몸속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모니터링하고 주치의에게 실시간으로 정보를 보내야 하는데 이것은 IT가 없으면 현실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 사장은 “인체에 들어가서 모니터링하고 정보를 저장하는 칩은 이미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며 “칩을 움직이는 마이크로 로봇 기술과 원격조종하는 무선통신 기술도 개발됐기 때문에 황 교수의 꿈이 조만간 현실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53년생으로 52세 동갑내기인 두 거장(巨匠)의 활약은 올해 유난히 두드러졌다.
황 교수는 5월 환자 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했고 8월에는 세계 최초의 복제개 ‘스너피’를 탄생시켰다.
황 사장도 이달 12일 세계 최초로 16Gb(기가비트) 낸드 플래시메모리를 발표해 반도체 용량이 1년에 2배로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을 6년째 증명했다.
팍팍한 현실로 지친 한국인들에게 자부심과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두 사람. ‘투 황의 협력’이 낳을 시너지가 기대된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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