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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9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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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 건물에 있는 하나은행 경수기업센터지점. 역시 고객은 많았지만 대출 창구는 한산했다. 이번 추석 때 상여금이나 결제대금용으로 나간 대출은 한 건도 없다고 창구 직원이 전했다.
곧 추석 연휴가 시작되지만 공단 지역 은행에서는 명절 분위기를 거의 느낄 수 없었다. 과거처럼 추석자금을 급히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찾는 중소기업 사장이나 자금 담당자를 거의 볼 수 없었다.
하나은행 경수기업센터지점 김원평(金湲平) 기업금융팀장은 “요즘은 추석이라고 해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업체는 거의 없어요. 투자를 하지 않고 쌓아둔 현금이 있는데 빌릴 까닭이 없지요”라고 말했다.
반월·시화공단 입주업체 가운데 비교적 큰 기업만 상대하는 기업은행 안산중앙기업금융지점. 거래처가 120여 곳이나 되지만 최근 대출 실적은 단 한 건밖에 없다. 기아자동차 파업이 길어지면서 자금난을 겪은 자동차부품 업체에 1억 원을 대출해 줬다.
이 지점 조충현(曺忠鉉) 부지점장은 “많은 기업이 연봉제를 실시하면서 추석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게 된 것도 추석자금 수요가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거래처가 700여 개나 되는 기업은행 안산중앙지점 역시 열처리 업체 한 곳에 2억 원을 추석자금으로 빌려준 것이 고작이다.
이 지점 이용재(李龍宰) 부지점장은 “반월·시화공단에는 휴대전화 부품과 자동차 부품, 반도체 관련 업체가 많은데 수년간 호황을 누려 현금이 많은 편”이라며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기업들이 투자보다는 현금을 더 믿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중소기업체 사장이나 자금 담당자들이 추석을 앞두고 은행을 찾는 모습이 사라진 건 비단 공단 지역뿐만이 아니다.
기업은행은 추석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추석 특별자금 5000억 원을 마련했지만 현재 전국적으로 704건에 873억 원만 대출됐다. 지난해 추석 때 3000억 원 가운데 1380억 원이 대출된 것보다 훨씬 부진하다.
안산=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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