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 은행장 2人 ‘개혁’ 화두

  • 입력 2005년 9월 6일 03시 03분


금융시장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지만 은행원들은 ‘보수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변화에 둔감한 편이다.

그러던 은행장들이 조급해졌다. 조회사에 나타난 이들의 수사(修辭)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신상훈(申相勳) 신한은행장은 5일 서울 중구 태평로 본점에서 열린 월례 조회에서 에스키모인의 들개 사냥법을 소개했다.

날카로운 창에 동물의 피를 묻혀 들판에 세워두면 냄새를 맡고 모여든 들개들이 혀로 핥다가 추운 날씨 때문에 혀가 마비되고 자신의 혀에서 피가 나와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 들개는 누구의 피인지도 모르고 계속 창끝을 핥다 결국 비극적으로 죽게 된다.

신 행장은 “이런 예는 타성을 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며 “죽지 않으려면 변화하고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에 다들 무뎌진 것은 아니냐”고 직원들을 다그쳤다.

이에 앞서 4월 황영기(黃永基) 우리은행장은 ‘솔개론’을 폈다.

솔개는 보통 40년을 살면 부리가 가슴에 닿을 정도로 자라 구부러지며, 깃털은 두꺼워져 날 수 없게 되고, 발톱도 무뎌져 죽을 날만 기다리지만 일부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다시 살아나 30년을 더 산다는 것.

황 행장은 “6개월 동안 바위를 쪼아 돋아난 새 부리로 발톱과 깃털을 일일이 뽑아 다시 태어나는 솔개처럼 갱생(更生)의 길을 선택하자”고 호소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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