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매각설 ‘모락모락’…英 FT “씨티그룹 선정” 보도

  • 입력 2005년 8월 1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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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최대주주(지분 50.5%)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11월부터 이 은행 주식을 팔 수 있게 됨에 따라 벌써부터 외환은행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영국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주간사회사로 씨티그룹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FT는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론스타가 10월 말 매각 제한 해제를 앞두고 외환은행 인수 후보를 찾으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며 인수 후보로 하나은행, 신한금융지주,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을 꼽았다.

론스타 측은 일단 공식 부인했다.

론스타코리아 관계자는 “외환은행이 올 상반기 6459억 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회사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매각을 서둘 이유가 없다”며 “본사 확인 결과 주간사회사 선정은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계의 시각은 다르다. 외환은행이 내년 이후에도 올해와 같은 성적을 거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 신한(조흥은행 포함), 우리, 하나은행 등 국내 대형 은행들은 내부적으로 외환은행 인수의 득실을 계산하느라 바빠지게 됐다.

6월 말 현재 자산규모 72조7000억 원인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하나은행을 빼고는 곧바로 자산 1위 은행이 될 수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하나은행이다. 김종열(金宗烈) 하나은행장은 여러 차례 “외환은행에 관심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LG카드에 더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은행도 빼놓을 수 없는 후보다.

조흥은행과의 통합작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신한은행과 이제 대형화 전략은 필요 없다는 국민은행은 매각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가격이다.

증시 활황으로 최근 주가가 크게 올라 18일 현재 시가총액(상장주식 수×주가)이 6조5780억 원에 이르고 인수자는 론스타 지분 외에 코메르츠방크(14.6%), 수출입은행(13.9%) 지분까지 모두 사야 하는 부담이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전혀 내지 않는다 해도 5조2000억 원이 들어간다.

씨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은 한미은행과 제일은행 지분을 100% 인수하면서 각각 3조 원, 3조4000억 원을 썼다.

이에 따라 금융계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 제한이 해제돼 매각작업이 본격화돼도 인수자 결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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