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회장 회갑선물은 책 한권

  • 입력 2005년 5월 28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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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당시 회사를 살리기 위해선 직원들을 내보내야만 한다는 참모들의 보고를 듣고 고통과 번민에 싸여있던 당신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이건희(李健熙·사진) 삼성그룹 회장은 2002년 1월 9일 환갑잔치 때 가족들로부터 ‘특별한 책’을 선물 받았다.

‘가족’이라는 제목을 단 이 책은 부인 홍라희(洪羅喜) 여사를 비롯해 이재용(李在鎔) 삼성전자 상무 등 자녀와 며느리 사위가 직접 쓴 원고를 필름으로 떠 편집을 한 수제품(手製品). 이 회장을 위해 단 한 권만 찍은 책 제작에는 가족뿐 아니라 운전사와 요리사까지 참여했다고 한다.

홍 여사는 이 회장이 1999년 미국에서 투병생활을 한 기억을 떠올리며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도 당신이 고통스러운 표정 한번 짓지 않고 흔들리지 않은 모습에 감격스럽기만 했다”며 “그처럼 힘든 데도 오히려 가족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는 대범함에 눈물이 쏟아졌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은 당시 별도의 환갑잔치를 열지 않고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 후 가족 및 일부 계열사 사장과 함께한 만찬에서 이 책을 전달받았다.

이 자리에서 책의 일부 내용이 낭독됐으며 이 회장은 ‘뜻밖의 환갑 선물’을 받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당시 만찬에 참석했던 삼성의 한 임원이 전했다.

이 같은 사연은 이 책을 편집했던 아트 디자이너 이나미 씨가 다음 주에 출간하는 ‘나의 디자인 이야기’(마음산책)에 소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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