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는 시한폭탄?…국제금융 6월 위기설

  • 입력 2005년 5월 25일 02시 59분


미국 헤지펀드들은 이달 초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의 회사채를 사들였다. 실적악화 우려로 회사채 값이 떨어지자 저가 매수에 나선 것.

반면 주가는 떨어질 것으로 보고 공매도(空賣渡·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내는 매도 주문)했다. 공매도한 날과 결제일(3일째 되는 거래일)의 주가 차이를 이용해 차익을 남기기 위한 것.

채권 값은 상승하고 주가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월가의 억만장자 커크 커코리언 씨가 GM 주식 공개 매수를 선언하자 주가는 18%나 올랐다. 반면 회사채 값은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GM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뜨리자 급락했다.

헤지펀드의 손실 규모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정황만으로도 뉴욕 증시는 크게 흔들렸다.

○ 헤지펀드 ‘6월 위기설’

헤지펀드발(發) 위기설이 국제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경쟁 심화로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진 데다 ‘GM·포드 쇼크’로 연쇄 도산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24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영국 헤지펀드인 페리캐피털의 자회사 베일리-코우츠에셋매니지먼트의 운용자산은 최근 몇 주 만에 13억 달러에서 6억3500만 달러로 반 토막 났다. 미국 헤지펀드 존헨리앤드컴퍼니의 수익률도 20% 이상 떨어졌다.

도이체방크는 22일 보고서에서 “헤지펀드와 은행권이 GM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178억 달러, 포드에서 140억 달러 등 모두 320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헤지펀드 투자자들이 5월 월간 실적보고서를 받게 되면 6월부터 자금 이탈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헤지펀드들은 이미 3, 4월에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4월 수익률(―1.75%)은 1999년 미국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부도 이후 최악이다.

○ 예고된 재앙인가, 구조조정인가

헤지펀드 시장에 경고등이 켜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1년 4800개에 불과했던 미국 헤지펀드는 올해 1월 말 현재 8000개를 넘어섰다. 세계적인 저금리로 국제 금융자본이 헤지펀드로 몰리면서 경쟁이 격화됐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헤지펀드는 외국인의 주식 및 채권 투자액 가운데 약 3%(2003년 기준). 하지만 국내 금융시장과 국제시장과 밀접히 연결돼 있어 안심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헤지펀드의 위기가 다소 과장됐거나 일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헤지펀드 위기는 구조조정의 일환이며 일부 펀드가 파산하더라도 금융권 전체의 위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헤지펀드: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주식이나 외환시장에서 단기 수익을 거두기 위해 조성된 펀드. 원래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펀드이지만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행태를 보인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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