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2.7% 성장 분석…뚜렷한 성장엔진 안보여

  • 입력 2005년 5월 20일 18시 34분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올해 1분기(1∼3월) 한국경제 성적표는 여전히 좋지 않다. 1분기 성장률이 2.7%에 그침에 따라 연간 성장률이 4%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래도 희망이 엿보인다. 과거엔 수출이 ‘나 홀로’ 경제성장을 이끌었지만 1분기에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다소 회복돼 수출의 짐을 덜어줬다.

○ 부진한 성적표

한국경제는 1년 반 만에 가장 나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년 동기 대비는 물론 전기 대비(계절적 요인 제거 후) 성장률도 작년 4분기(10∼12월) 0.9%에서 올 1분기 0.4%로 떨어졌다.

그러나 한은은 “그렇게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다”고 주장한다.

첫째는 담배 변수. 작년 말 담뱃값이 갑당 500원 오르기 전에 소비자와 판매상들이 대거 사재기에 나서는 바람에 올 1분기 담배 생산이 52.2%나 감소했다는 것. 그렇지 않았다면 1분기 경제성장률은 3.1%였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은 김병화(金炳和) 경제통계국장은 “보건복지부의 계획대로 담뱃값이 7월 추가 인상되면 거꾸로 2분기(4∼6월) 성장률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내수, 효자노릇 할까

1분기 성장률은 낮았지만 내용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내수가 회복되고 있는 것. 다만 회복 속도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내수부문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작년 4분기 82.4%에서 올 1분기 35.0%로 떨어졌다.

그러나 재고부문을 뺀 내수의 기여율은 같은 기간 4.3%에서 42.2%로 껑충 뛰었다.

설비투자도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1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1%, 전기 대비 0.6% 증가했다. 외롭게 경제성장을 견인하던 수출의 대안이 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것. 수출도 증가율은 둔화됐지만 아직도 높은 성장 기여도를 보여 내수가 회복될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1분기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60.4%였다.

○ 연간 4% 성장도 의문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4.0%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상반기까지는 고전하겠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살아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연간 5%대의 성장률을 목표로 잡은 정부도 “5%대 성장률 달성이 쉽지는 않겠지만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4% 성장률 달성도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상무는 “내수 회복 속도가 상당히 더딘 반면 수출은 빠르게 둔화하고 있어 ‘성장엔진’이 보이지 않는 데다 고유가와 환율, 북한 핵문제 등 대외 경제여건도 좋지 않아 하반기 경제를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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