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섭 사장 “대기업 中企고충 제대로 몰라”

  • 입력 2005년 5월 18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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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섭 사장
김동섭 사장
경기 안양시에 본사를 둔 컴퓨터 제조업체 ㈜컴윈스의 김동섭(金銅燮·64) 사장은 보름 전부터 많은 중소기업 사장들의 전화를 받았다.

그가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 토론회’에 참석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이번에 들어가면 대기업의 납품가 인하 같은 못된 버릇을 꼭 전해 주세요.”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에 못 살겠다고 얘기해야 합니다.”

김 사장은 중소기업인들의 고충을 정확히 알려주기 위해 전화 내용을 꼼꼼히 메모했다.

하지만 16일 토론회에서는 준비한 메모도 다 읽지 못했다. 주어진 시간이 워낙 짧았기 때문이다. 그가 발언한 시간은 2, 3분.

김 사장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 앞에서 “지난해 원자재 값 상승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상실됐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원가절감 노력을 자체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 납품가 인하’라는 쉬운 방법을 선택한다”는 지적도 했다.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2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05 전국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한 김 사장을 만났다.

그는 “1976년 창업해 30년간 회사를 꾸려오면서 어려웠던 점이 한두 가지겠느냐”며 “모든 내용을 전달하기엔 사실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상생 토론회에 나섰던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표는 각각 8명.

김 사장은 “분위기는 좋았지만 말씀을 들어보니 대기업 총수 분들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내가 봐선 어제 내놓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지원 방안들은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게 아닌 것 같습디다. 성과공유제 같은 것은 이미 일부 대기업이 시행하는 것이고 구체적이고 새로운 내용은 없더군요.”

김 사장은 ‘대·중소기업 상생 토론회’에 대해 “하루아침에 모든 게 바뀌겠느냐”며 “대·중소기업인이 머리를 맞대고 첫 모임을 가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 바라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는 “정책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천이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언제 정책이 나빠서 중소기업이 힘들었나요. 법 테두리 안에서 실천만 제대로 해도 다 잘 풀릴 겁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2시간 뒤 김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런데 내가 말한 내용이 모두 신문에 나가도 될까 모르겠네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대기업에 컴퓨터 완제품을 납품하는 그로서는 ‘후(後)폭풍’을 걱정하는 눈치였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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