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대기업 수도권공장 허용]시기-범위 줄다리기 예고

  • 입력 2005년 5월 11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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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1일 외국인 투자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까지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오랜 숙원이 해소될 전망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수도권에 외국인 투자와 대기업 투자를 유치해 행정도시 건설,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에 따른 수도권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대기업의 투자 허용 시기와 범위에 대해서는 부처마다 입장이 달라 대기업의 수도권 투자가 구체화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내 대기업이 수도권에 공장을 새로 지을 수 없었던 것은 수도권 개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산집법의 시행령에 예외규정을 둬 외국인 투자기업이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등 25개 첨단 업종에 투자할 때는 제한적으로 신증설을 허가해줬지만 국내 기업에 대해서는 공장 신설을 아예 금지했다.

정부는 우선 작년 말로 시한이 만료된 시행령을 17일 개정해 외국인 투자를 다시 허용해주고 20일 열리는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에서 대기업의 수도권 진출도 원칙적으로 풀어주겠다는 방침이다.

각 부처가 합의한 사항이면 입법예고 절차 등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신속히 진행될 경우 시행령이 개정되는 데는 최소 일주일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에서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허용하되 구체적인 시기는 늦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도권 개발을 허용하면 최근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지방 균형발전 대책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정부 내부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성경륭(成炅隆) 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지만 지방 육성 정책의 효과는 느리게 나타나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또 수도권 공장 신·증설이 어느 범위까지 허용되느냐에 따라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릴 수도 있다.

정부의 수도권 개발 규제가 풀리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이는 기업은 우선 LG전자, LG화학, LG마이크론, LG이노텍 등 LG계열 4개사다.

이들은 올해 말 가동되는 경기 파주시 LG필립스LCD 단지 인근에 약 3조5000억 원을 들여 40만 평 규모의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었지만 지금까지 허가를 받지 못했다.

또 경기 평택시에 LCD 관련 부품 공장을 지으려는 일본의 NHT 등 외국인 투자기업과 다른 국내 대기업들도 본격적인 투자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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