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5>청소년의 용돈관리

  • 입력 2005년 3월 20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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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올바른 용돈관리를 위해서는 돈을 쓰는 목표와 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9일 열린 ‘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의 다섯 번째 강의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의 ‘청소년의 용돈 관리’ 강의를 진지하게 듣고 있다. 전영한 기자
청소년들의 올바른 용돈관리를 위해서는 돈을 쓰는 목표와 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9일 열린 ‘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의 다섯 번째 강의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의 ‘청소년의 용돈 관리’ 강의를 진지하게 듣고 있다. 전영한 기자
《“한국 청소년들은 돈이 중요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돈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는 제대로 모르고 있습니다.” ‘인생의 최고 가치는 돈’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하지만 돈을 이해하는 것과 돈에 집착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청소년들에 대한 잘못된 경제 교육이 돈을 맹신케 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자성(自省)도 적지 않다. 동아일보가 창간 85주년 기념사업으로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 기획한 ‘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의 5번째 강의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대강당에서 열렸다. 주제는 ‘청소년의 용돈 관리’. 김민주(金敏周) 리드앤리더 대표가 용돈에 대한 청소년들의 가치관을 분석하고, 올바른 이용 방법 등을 알기 쉽게 풀이했다. 강의내용을 소개한다.》

▽용돈 관리의 문제점=지난해 신용회복위원회가 고등학생 103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34%가 1주일에 1만∼2만 원의 용돈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휴대전화 사용료(월 평균 3만4000원)를 포함하면 주당 용돈은 1만8500∼2만8500원이다.

용돈의 사용처는 군것질이 67.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용돈 마련 방법은 ‘부모에게서 받는다’(94.8%)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돈이 부족할 때는 대부분 ‘부모에게 추가로 요구한다’(46.0%)고 답했다.

이를 종합하면 청소년들은 주로 부모에게서 돈을 받아 군것질을 하는 데 소비하고 있다고 요약된다. 돈을 버는 방법이 제한돼 있는 데다 무계획적인 소비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휴대전화 사용료나 참고서 구입비 등은 용돈과는 별도로 부모가 해결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청소년들은 용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제대로 고민할 기회가 많지 않다. 과소비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를 반영하듯 용돈 기입장을 작성하는 청소년은 3.6%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돈 쓰는 방법을 먼저 알아야=용돈 관리의 다섯 가지 포인트는 △돈 쓰기 △돈 벌기 △돈 나누기 △돈 불리기 △돈 빌리기다.

이 가운데 돈을 쓰는 게 가장 중요하다. 소비의 구조와 원리를 파악해야 효율적인 생산도 가능하다.

우선 소비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단기 목표로는 머리 염색하기(3개월 내 4만 원), 중기 목표로 PC 사기(1년 내 110만 원), 장기 목표는 대학교 어학연수(3년 내 700만 원) 등을 정하는 식이다.

목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쉽게 실행할 수 있는 여러 개의 작은 목표를 둬야 한다.

목표의 시간 범위도 책정해야 한다. 2개월이나 1년 단위로 정해 적당한 시기별로 점검을 하는 게 필요하다.

기술적인 방법도 필요하다.

용돈 기입장을 일기처럼 사용하는 게 좋다. 단순히 숫자만 기입하기보다는 특정 상품을 산 방법과 이를 이용해본 소감 등을 적는 것이다.

매장에서 영수증을 받는 것도 생활화해야 한다. 소비 내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부모와 교사의 공동지도 필요=청소년들의 올바른 용돈 관리는 부모와 교사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부모는 우선 집안의 경제 상황을 자녀에게 솔직하게 얘기해줘야 한다.

용돈의 규모를 자녀와 협의해 정하되 사용처는 되도록 넓게 확장시켜 줘야 한다. 자녀가 용돈으로 군것질만 하기보다는 참고서 등 실생활에 필요한 상품들을 종합적인 계획 아래 스스로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를 신형으로 교환하고자 할 때는 추가 비용의 일부를 자녀가 직접 대도록 하는 것이다. 자신의 돈이 안 들어가면 자녀들은 무작정 새 제품을 사달라고 조른다. 반면 부모와 자녀가 돈을 합쳐 신형 휴대전화를 사야 한다면 소비를 미루기도 한다.

집에서 일하는 대가로 돈을 주는 것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가정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가꿔가는 공동체다. 따라서 자녀가 집안일을 한다고 해서 돈을 주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다른 집의 일을 도와준다든지, 아르바이트 기회를 마련해주는 게 낫다.

경제 전체의 큰 흐름을 보면서 소비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도 길러줘야 한다.

예를 들어 경기가 좋으면 소비를 줄이고 경기가 나쁠 때는 씀씀이를 늘리는 식이다. 불경기에는 가격이 떨어지고, 서비스는 좋아지기 마련이다. 또 불황 때 소비를 하는 것은 국가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이 밖에 자녀가 한도를 초과해 용돈을 쓸 때는 부족분을 나중에 되갚는 형태로 빌려주거나 용돈을 합리적으로 쓰면 상금을 주는 인센티브도 고려할 만하다.

교사들은 가급적 돈과 관련된 현장 경험을 충분히 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단 ‘재미’라는 요소를 반드시 집어넣어야 한다. 은행을 이용해보도록 하거나 학생들이 직접 중고품 판매, 기부 행사 등을 여는 것도 방법이다.

체험이 어렵다면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도 좋다. 학생들을 팀으로 분류한 뒤 모의 주식투자를 하는 방식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부자는 ‘짠돌이’… 자신에 도움되는 소비만 해▼

은행, 증권사, 투자신탁회사 등 금융회사 영업 창구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진짜 돈이 많은 사람 가운데는 ‘짠돌이’가 많다고 한다.

“저 사람이 정말 수십억 원을 주무르는 큰손인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라는 것.

실제로 많은 부자들은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배어 있다.

빌 게이츠에 이어 세계 2위 부자로 유명한 미국의 워런 버핏도 예외가 아니다.

11세에 주식투자를 시작한 그는 1958년에 산 오마하의 집에서 아직도 살고 있다. 식사는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햄버거나 스테이크가 주류(主流)이고, 음료수 역시 투자대상 기업에서 만든 코카콜라만 마신다.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그 회사가 만든 음식만 사먹는다고 한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소비성향은 누가 더 높을까.

소비의 절대규모는 물론 부자가 크지만 소득대비 소비성향은 부자가 아주 낮다.

특히 부자는 돈을 써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투자성 소비’에 지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미국 1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은 잡기(雜技)에 능하다는 공통점이 나타났다.

각종 잡기를 통해 전략적인 마인드를 키울 수 있고, 다양한 사람과 사귀는 기회를 갖게 된다. 특히 진짜 어려울 때 도와주는 사람은 같은 업종에 있는 라이벌이 아니라 다른 업종에 있는 절친한 친구가 많다는 것.

김민주 대표는 강의에서 “부잣집 사모님이 ‘짝퉁’을 들고 다니면 사람들은 모두 명품(名品)이라고 생각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진짜 명품을 들고 다녀도 ‘짝퉁’으로 본다”고 말했다. 분수에 맞는 소비를 하라는 주문이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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