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식품매장엔 특별한 것이 있다”…‘델리’의 유혹

  • 입력 2005년 3월 17일 19시 01분


“입맛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하지?”

“그럼 백화점 식품매장 ‘델리(Deli)’나 가볼까?”

회사원 최나래(25·여·서울 서초구 반포동) 씨가 꼭 이런 경우다. 입맛이 없을 때나 출출할 때면 집 근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매장에 들른다.

이유는 딱 하나. 별나고 맛깔스러운 요리가 많기 때문이다. 군침이 절로 나고 보는 눈도 즐겁다.

최 씨는 “처음 대하는 음식이 많고 옆에서 요리하는 장면도 볼 수 있어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의 먹을거리 구색이 변하고 있다.

한식 양식 중식 등 틀에 박힌 메뉴의 먹을거리 코너가 다양한 퓨전식 요리와 즉석 요리로 새 단장한 델리식 매장으로 바뀌고 있다.

○ 백화점 델리에서만 맛볼 수 있다

델리는 즉석에서 만들어 팔거나,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말한다. ‘즉석 테이크아웃 요리’라고 할 수 있다.

델리 매장은 3∼5평 크기의 점포가 통로 양 옆으로 줄지어 늘어선 형태로 꾸며져 있다. 주방은 개방형으로 만들어 요리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신세계 강남점에서는 문어, 참다랑어, 다시마, 김 등 10여 가지 해산물과 파우더, 소스가 얹어진 일본식 문어구이 ‘다코야키’를 만날 수 있다.

롯데백화점 서울 중구 소공동 본점, 노원점, 관악점에 입점한 ‘몽고스칸 그릴’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인기를 끈 몽골식 철판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피자집에서 샐러드 담듯이 우동 그릇만 한 크기의 대접에 양파, 피망, 쇠고기, 돼지고기 등을 양껏 담아 주방에 건네면 요리사가 철판에서 볶아준다. 6000원을 내고 얼마나 많이 담느냐는 각자의 요령.

현대백화점 서울 강남구 압구정본점의 만두집 ‘샤롱빠오’는 중국 상하이 ‘남상만두’와 베이징 ‘화도’의 만두 빚는 기술을 전수받아 만두를 만든다. 해물만두에 들어간 새우 맛이 특히 신선하다고.

압구정본점에 있는 초밥 모양의 쌈밥집 ‘노다복쌈’, 무역센터점의 텍사스식 멕시코 음식 ‘텍스맥스’ 등도 눈길을 끈다.

○ 소문난 맛 집도 있다는데…

백화점 델리에 지점을 내는 ‘소문난 맛 집’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 현대 압구정본점에 입점한 싱가포르식 중국요리집 ‘차우싱’은 현지 출신 주방장이 만드는 싱가포르식 볶음면과 새우, 오징어, 간장소스를 넣은 쌀국수 해물요리가 인기다.

유기농 레스토랑 ‘마켓오’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 노희영 씨가 운영하던 점포. 매콤한 태국 볶음면이 많이 팔린다고.

신세계 강남점의 ‘인 더 키친’은 조선호텔이 직접 운용하는 델리. 고객이 치즈, 연어, 닭고기, 쇠고기 등을 고르면 즉석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준다.

롯데와 신세계에 입점한 ‘카페 아모제’는 패밀리레스토랑 ‘마르쉐’가 운영하는 퓨전 테이크아웃 매장으로 샐러드, 치킨 케밥, 닭강정 허브 등이 인기 메뉴다.

○ 백화점이 식품매장 구색을 바꾸는 이유

할인점의 가격 경쟁력에 맞서기 위한 백화점의 고급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가격은 다소 비싸더라도 다양한 스타일의 즉석 요리로 고객의 발을 묶어두겠다는 포석이다. 신세계가 2001년 도입한 ‘델리 존’이 인기를 끌자 현대와 롯데도 식품매장을 델리 형태로 서둘러 바꾸고 있다.

현대백화점 장경주 식품팀장은 “백화점 식품매장이 고급스러운 테이크아웃 요리점으로 변신하고 있다”며 “식사하고 쇼핑을 하는 고객이 많아 백화점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강운 기자 kwoon90@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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