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주총축제’…‘주주 달래기’서 성과 나누는 축제로

  • 입력 2005년 3월 9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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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선물거래소에 상장(코스닥 등록 포함)돼 있는 12월 결산법인 1170개 가운데 93개 기업이 11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지난달 12일 넥센타이어의 주총을 필두로 시작된 ‘주총 시즌’이 이번 주 후반부터 무르익는 셈.

그러나 수백 개 기업이 3월 중순 이후 특정일에 주총을 동시에 여는 것에 대한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기업의 1년간 경영성과를 정리하고 주주들과 나누는 시간이 1시간 안팎에 그치는 것도 ‘대충 하는 주총 문화’의 한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축제 주총’을 표방했고 넥센타이어가 6년 연속 가장 빨리 주총을 개최하는 등 모범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아직 주총을 ‘시비 거는 주주들 달래는 행사’ 정도로 여기는 관행이 남아 있는 게 현실이다.

▽뒤늦은 주총, 무더기 주총=12월 결산법인은 3월 안에 주총을 개최해야 한다. 기업들은 사업보고서 정리 등 업무 부담을 이유로 대개 2월 이후 주총을 연다.

문제는 주총 일정을 최대한 늦게 잡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것. 주총을 늦게 할수록 주주들은 배당금을 늦게 받아 직접적인 손해를 본다. 또 지난해 결산을 새해 1분기(1∼3월)가 끝날 무렵에 하는 것은 ‘신속한 정보 공유’라는 기업 공개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올해에도 3월 10일 이후 주총을 여는 기업이 무려 975개나 된다. 넥센타이어가 2월 12일,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2월 28일 주총을 개최한 것을 보면 ‘주총 준비 관련 일이 많아서’라는 변명은 설득력이 약한 편이다.

다른 문제는 ‘무더기 주총’ 문화.

12월 결산법인이 1170개나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주총 날짜가 겹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18일 410개, 25일 296개 기업이 동시에 비슷한 시간대에 주총을 여는 것은 문제로 꼽힌다.

대부분 투자자는 3, 4개 이상 기업에 투자하고 있어 겹친 일정 때문에 일부 주총에는 참가하지 못하게 된다.

상장기업 기업설명(IR) 담당자는 “다른 기업이 할 때 같이 해야 주목도 덜 받고 무난하게 주총을 넘길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멀기만 한 ‘축제 주총’=주총에 아예 관심이 없는 소액주주가 적지 않은 등 주주들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단타매매를 통해 치고 빠지는 투자자들은 주총에 참석해 기업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는 것에 무관심한 편이다.

특히 주총에 대한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업은 주총에 적극 참여하는 주주를 ‘시비 거는 사람’으로 여기고 기피해서는 안 된다. 주주들도 무조건 기업의 잘못을 들춰내려고 하기보다는 기업의 성장을 통해 투자의 결실을 얻으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

동부증권 장영수 연구원은 “주총은 기업 1년의 성과를 주주들이 함께 나누고 미래를 위해 건설적으로 토론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12월 결산법인 주주총회 일정
거래소코스닥
11일(금)현대모비스 농심 기아자동차 등 69개주성엔지니어 삼테크 등 24개
17일(목)동원산업 LG화학 등 11개인선이엔티 중앙디자인 등 13개
18일(금)한국전력공사 대한항공 등 232개안철수연구소 아시아나항공 등 178개
24일(목)코오롱인터내셔널 등 9개동부정보기술 유진종합개발 등 25개
25일(금)GS홀딩스 대우자동차판매 등 88개휴맥스 한글과컴퓨터 등 208개
28일(월)한국가스공사 하이닉스반도체 등 19개하우리 정소프트 등 43개
자료:증권선물거래소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주총 3일간 파티-토론-쇼핑으로 진행▼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투자보험사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주총회는 ‘주총의 교본’으로 불린다.

버크셔 헤서웨이 주총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주주와 경영진이 축제처럼 주총을 즐긴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이 함께 기업의 미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토론을 한다는 점이다. 버크셔 헤서웨이는 지난달 15일 인터넷 홈페이지(www.berkshirehathaway.com)를 통해 정기 주주총회 일정을 발표했다.

미국 네브래스카 주에 있는 작은 도시 오마하에서 열려 ‘오마하의 축제’로도 불리는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총은 4월 29일부터 3일간 열린다.

주주들을 위한 칵테일 및 바비큐 파티 등 만찬이 준비돼 있고 버크셔 헤서웨이의 자회사인 보석 소매점과 가구점은 주주에게 할인 판매도 한다. 정식 주총은 30일 오전 9시 반부터 무려 5시간 45분 동안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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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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