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 신경전]재경부 “내려” vs 한은 “못내려”

  • 입력 2005년 1월 17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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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금리 인하 여부를 놓고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의 신경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은이 콜금리를 동결한 데 대해 재경부가 “올해 물가 불안 우려가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자 한은은 17일 확대 간부회의를 열어 ‘물가안정 목표 달성’을 선언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한은 입장=박승(朴昇) 한은 총재는 이날 집행간부 전원과 국실장, 지역본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05년 제1차 확대연석회의를 열고 “올해 통화정책은 물가안정 목표 달성에 주력하면서 경기 상황에 유의하는 방향으로 운영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박 총재는 “올해 물가가 3% 안팎의 오름세에 머물 것으로 보이지만 고유가와 서비스가격 상승 가능성 등 물가 불안 요인이 잠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의 풍부한 유동성이 경기회복 과정에서 수요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

박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신년사에서도 밝혔던 내용이긴 하지만 재경부가 콜금리 동결에 불만을 터뜨린 직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채권시장에서는 한은의 의중을 알아차린 모습이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한 기관투자가들이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3일부터 이날까지 3일(거래일 기준) 연속 큰 폭 오름세(채권값은 하락)를 보였다.

▽재경부 태도=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14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한은의 콜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전제한 뒤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수입물가 불안 우려도 없어 올해 물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은의 저금리에 따른 자산 버블 가능성 언급에 대해서도 ‘지나친 우려’라는 게 재경부의 입장이다.

이 부총리는 재정의 조기 집행과 금리정책을 동원해 경기부양 효과를 배가하겠다는 구상이지만 한은이 당분간 콜금리를 내리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냄에 따라 정책금리 결정과 관련한 양측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강운 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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