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주먹구구식 협상…“객관적평가따라 기준부터 세워야”

  • 입력 2004년 12월 24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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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LG카드 추가 증자(增資)와 관련해 LG그룹에 요구하는 출자(出資)전환 규모를 7700억 원에서 6700억 원으로 다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와 금융계에서는 산은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24일 “LG카드에 대한 출자전환에 LG그룹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산은이 최근 출자전환 규모를 1000억 원 낮춰 다시 제안해 왔다”며 “이는 산은이 당초 8750억 원 출자전환을 요청했다가 7700억 원으로 낮춘 데 이어 추가로 금액을 하향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산은이 합리적인 설명이나 기준도 없이 액수를 먼저 정해 놓고 여론몰이식으로 상황을 이끌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산은이 객관적인 외부 전문가의 평가에 따라 합리적인 기준을 먼저 세우고 채권단과 LG그룹의 출자전환 분담액을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산은 나종규(羅鍾珪) 이사는 “LG그룹의 출자전환 금액을 6700억 원으로 낮춰 제시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또 협상 원칙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8750억 원은 LG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 1조1750억 원 가운데 합법적으로 주식 전환이 가능한 금액이고, 7700억 원은 LG그룹이 후순위 전환사채(CB)로 바꾸겠다고 약속한 5000억 원에 개인 대주주가 가진 2700억 원을 더한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LG카드 문제가 다시 꼬이면서 일각에서는 박해춘(朴海春) 사장 등 LG카드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LG카드 채권단 안에서는 “산은이 끌려 다니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 은행의 부행장은 “협상을 성공시키기 위해 LG그룹의 부담을 줄여줄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깎아준 금액은 산은이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은 나 이사는 “대부분의 채권 금융회사들은 산은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승진 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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