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IT스타… 인물로 본 2004 경제계 ‘빛과 그늘’

  • 입력 2004년 12월 20일 17시 57분


코멘트
《2004년 경제계는 대선자금 수사로 연초부터 곤혹스러운 출발을 했다. 끝없는 내수침체의 터널 속에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 대내외 경제 환경도 좋지 않았다. 대기업 총수 등 최고경영자(CEO)들로서는 한마디로 ‘시련기’였던 셈이다. 이런 가운데 CEO들의 영욕(榮辱)도 교차했다. 어느 해보다 힘든 한 해를 보낸 CEO도 많았지만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CEO도 적지 않았다.》

▽위기는 기회=대기업 총수 중에서는 ‘품질 경영’을 주창한 정몽구(鄭夢九)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이 돋보였다. 올해 새로 선보인 쏘나타와 투싼, 스포티지의 기술력이 유럽의 자동차 선진회사 제품에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그의 리더십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재계의 ‘미스터 쓴소리’로 통하는 박용성(朴容晟)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3일 ‘경제계의 유엔’으로 불리는 국제상업회의소(ICC) 회장에 선출되는 기쁨을 누렸다.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정보기술(IT) 및 전자 분야에서도 스타가 쏟아졌다. 특히 이기태(李基泰) 삼성전자 정보통신 부문 총괄사장은 모토로라를 제치고 ‘애니콜’을 시장점유율에서 세계 2위로 끌어올렸다. 그는 최근 ‘IT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전기전자공학회(IEEE) 산업리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쌍수(金雙秀) LG전자 부회장도 이달 15일 미국의 시사주간지인 뉴스위크 신년 특집호에 ‘2005년에 주목할 인물’로 대대적으로 소개됐다. 뉴스위크는 김 부회장이 LG전자를 휴대전화 부문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업체로 키워냈다고 높이 평가했다.

불황 속에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돌풍을 일으킨 CEO들도 돋보였다. 저가(低價) 화장품 ‘미샤’ 돌풍을 일으킨 서영필(徐詠筆) 에이블C&C 사장은 2002년 33억 원 매출 규모의 조그마한 회사를 올해 연매출 1100억 원대 규모로 키워냈다. 유통채널로 온라인과 길거리 점포를 이용했고 포장, 판촉 등의 거품을 빼 모든 제품의 가격을 3300∼1만 원대로 맞춘 것이 불황 시대의 성공전략이었다.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 온라인 게임 업계에서는 윤석호(尹碩浩) CCR 사장이 올해 가장 성공한 CEO로 꼽힌다. 그는 올해 최고의 흥행작인 ‘RF온라인’을 선보여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 게임시장에 100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또 ‘리니지’라는 게임 하나로 세계 시장에서 50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 김택진(金澤辰) 엔씨소프트 사장은 최근 북미와 중국, 일본, 대만 등지에 자회사나 합작법인을 만들어 해외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싸이월드’ 열풍의 주역인 SK커뮤니케이션즈 유현오(兪賢午) 사장도 한국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손복조(孫福祚) 대우증권 사장이 눈에 띈다. 올해 6월 취임한 그는 선박펀드 등 신상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고객 이탈로 어려움을 겪은 다른 증권사의 부러움을 샀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로 경영활동에 어려움을 겪은 주요 그룹 총수와 전문경영인도 많았다. 경제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정경(政經)유착’ 시비의 악순환이 해소되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올해 2월 취임했던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는 청와대, 여당과의 정책 갈등 속에 ‘경제팀 수장(首長)’으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곤 했다. 특히 내수경기가 최악의 불황에 시달리면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LG카드 지원을 놓고 정부와 갈등을 빚었던 김정태(金正泰) 전 국민은행장은 지난해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금융감독원의 징계를 받아 올 10월 35년간 몸담았던 금융계를 떠났다.

정상영(鄭相永) KCC 명예회장은 조카며느리인 현정은(玄貞恩) 회장과 현대그룹 경영권을 놓고 7개월간 분쟁을 벌인 끝에 3월 31일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패배의 쓴잔을 맛봤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