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전망대]김상철/희망의 경제학

  • 입력 2004년 12월 20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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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해인 2005년이 밝아온다. 조흥은행은 지난달 “부자 되세요”라는 새해 인사와 함께 고객에게 황금빛 달걀을 나눠주는 행사를 가졌다. 지금은 어렵더라도 내일의 희망을 키워가자는 취지였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삶 자체가 힘들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삶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러나 오늘보다 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한발 한발 전진해 ‘꿈’을 이루는 사람도 있다.

LG전자가 14일 포괄적인 전략적 제휴를 맺은 ‘총각네 야채가게’. 이영석 사장(35)은 눈물에 젖은 빵을 먹으며 5년간 행상을 한 후 1998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뒤편에 이 18평짜리 야채가게를 열었다. 총각네 야채가게는 독특한 마케팅과 강남 주부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확 사로잡은 품질로 유명하다. 재고율 제로, 국내 평당 최고 수준의 매출액, 직원 해외연수 등으로 경영의 ‘신화’가 돼 있다.

이 사장은 “일을 배우러 왔다 하루 이틀 만에 포기하는 ‘총각’들이 많다”며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라 일을 안 하고 폼 나는 결과만 쉽게 얻으려는 그들의 ‘병든 생각’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문산여고 3학년 지관순 양(18)도 세상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전령사’다. 지 양은 지난달 7일 방영된 KBS1 TV의 ‘도전 골든벨’ 프로그램에서 50문제를 모두 맞혀 주위를 놀라게 했다. 골든벨을 울린 다른 학생 42명과는 달리 그에게 관심이 집중된 것은 혹독한 가난에 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뼈관절염(퇴행성관절염)을 앓으며 오리를 키우는 아버지를 돕느라 초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마친 그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줄곧 근로장학생으로 일했다. 매달 10권 이상의 책을 읽고 ‘최후까지’라는 뜻의 일본어 ‘saigomade(사이고마데)’를 e메일 ID로 쓴다.

지 양은 “노력 없이 요행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며 “나는 신데렐라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리스 신화에 인류 최초의 여성 판도라가 나온다. 제우스가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에게 형벌을 내리고도 화가 풀리지 않자 대장장이에게 명령해 진흙으로 빚은 사람이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판도라는 절대 열지 말라는 상자를 열고 만다. 악귀 같은 것이 튀어나오자 급히 뚜껑을 닫지만 허사였다. 밑바닥에 유일하게 남은 것은 ‘희망’이었다.

판도라의 상자에 담긴 교훈은 희망마저 잃으면 인간은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것 아닐까.

“열정과 희망으로 자신을 이겨내야 웃을 수 있다”는 이영석 사장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 설령 이 순간이 어렵더라도 희망으로 새해를 맞자.

김상철 경제부 차장 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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