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기업24시/車앰프 생산 ㈜한미전자

  • 입력 2004년 11월 30일 20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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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려면 생동감이 중요합니다. 연주음과 가수의 음성을 원음에 가깝게, 가장 듣기 좋은 상태로 증폭시키는 것이 앰프의 기능이지요.”

자동차용 오디오 증폭기인 앰프(amplifier)를 만들어 수출하는 인천 남동구 논현동 한미전자㈜의 장영복 사장(43)은 학창시절 밴드를 결성해 음악 연주활동을 했던 뮤지션 출신이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1985년 대기업에 들어가 10년 넘게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음악에 대한 꿈을 사실상 접었다.

그러나 1996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전자제품박람회에 참가했다가 오디오 관련 회사 창업을 결심했다.

자동차용 앰프를 생산하는 한 외국 전자회사가 설치한 부스에 미국 바이어들이 대거 몰려들어 수입상담을 하고 있었던 것.

당시 국내에는 극소수 오디오 마니아를 제외하고는 트렁크에 별도의 외장 앰프를 설치하면서까지 차 안에서 음악을 즐기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지만 미국은 달랐다.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즐기는 문화적 특성 때문인지 자동차용 앰프에 대한 수요가 엄청났다.

“뮤지션의 길을 걷는 것은 포기했지만 음악을 멀리할 수는 없었습니다. 오디오의 중요한 시스템인 앰프를 만들어 미국에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팔면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했지요.”

1997년 8월 고향인 인천에 회사를 설립한 그는 5명의 직원과 함께 앰프 개발에 들어갔다. 직원들은 모두 의욕에 차 있었지만 세 달이 넘도록 주문이 들어오지 않아 애를 태우던 그에게 어느 날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해외 출장길에 사귀었던 바이어가 그가 회사를 차렸다는 소식을 듣고 앰프납품을 요청해 온 것. 첫 주문은 무려 50만 달러.

우수한 기술력과 함께 철저하게 납품기일을 지켜 바이어의 신뢰를 얻은 덕분에 매출은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창업 이듬해인 1998년 ‘500만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한 그는 99년 1000만 달러, 2000년 1500만 달러를 연거푸 돌파했다. 이 회사의 앰프는 지금까지 미국에 300만대 이상 팔렸다.

‘미국 라스베가스(1월)→독일 프랑크푸르트(4월)→일본 도쿄(10월)→대만 타이베이(10월)→중국 홍콩(10월)→중국 상하이(10월)→중국 칭다오(11월).’

그의 수첩에 적혀 있는 올해 일정표다. 창업 이후 그는 매년 직원들과 함께 해외에서 열리는 전자제품박람회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참가한다.

세계 앰프시장의 흐름을 잠깐이라도 놓칠 경우 회사의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진다고 믿기 때문.

장 사장은 “내년에는 생산제품과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회사의 자체 브랜드를 부착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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