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금감위장 “市銀 외국인 이사 거주지 제한 검토” 논란

  • 입력 2004년 11월 29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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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尹增鉉)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은행의 외국인 이사에 대한 거주지 제한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은행법을 고쳐 국내 은행의 외국인 이사 수를 전체의 절반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사실은 알려졌지만 거주지 제한 문제는 처음 제기됐다.

윤 위원장은 28일(현지시간)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은행의 이사진 구성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특히 외국인 이사에 대해서는 거주지 제한 규정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이사들이 지배하고 있는 국내 은행의 이사회가 한국에서 효율적으로 활동하는 데 필요한 전문성, 지식, 이해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신문과 외국계 은행 관계자들은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이 신문은 “이사들의 주요 거주지는 한국으로 의무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런 규정은 세금과 관련해 상당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윤 위원장의 발언은)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소매은행시장인 한국에서 반(反)외국인 정서가 점증하고 있다는 우려에 불을 붙일 것”이라며 “한국에서 은행업을 하는 씨티그룹이나 미국 사모펀드인 론스타, 뉴브리지캐피털 등에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 외국계 은행 부행장은 “외국인 이사 대부분이 홍콩 싱가포르 미국 등에 거주지를 두고 있다”며 “제도가 현실화되면 불편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고위 관계자도 “정부가 외국인과 비거주인 이사를 동시에 제한하면 마땅한 적임자를 구하지 못해 이사 수 자체를 줄여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위는 외국인 이사의 기준을 국적으로 할지, 거주지로 할지를 판단해 보겠다는 것으로 외국인 이사가 반드시 국내에 거주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은행의 외국인 이사 수나 거주지 제한은 미국과 싱가포르 등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고 반박했다.

미국 은행법은 특별한 허가가 없는 한 모든 이사가 재직 중 미국 시민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이사의 절반은 은행 본점이 있는 주(州)나 주소지의 100마일(약 160km) 이내에 이사가 되기 1년 전부터 거주한 사람으로 구성해야 한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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