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이들 법안이 원안(原案)대로 국회에서 통과되거나 추진될 경우 기업활동을 저해해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와 관련해 ‘의결권 행사 제한’을 요구해 주목된다.
▽재계 “연기금 주식투자 하려면 의결권 금지해야”=경제 4단체가 이날 채택한 ‘경제난국 타개를 위한 경제계 제언’은 최근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천명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연기금의 주식투자’와 관련해 재계의 시각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재계는 우선 “민간기업에 연기금을 투자할 경우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제한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또 외국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수익성 관련 사안 등에 한해서만 투명한 절차를 거쳐 의결권이 행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정부의 ‘입김’에 좌우되는 연기금이 대주주가 될 경우 과도한 경영 간섭 등으로 새로운 경영권 위협 변수가 될 것이라는 기업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 4단체는 또 여당이 사실상 단독으로 국회 정무위에서 통과시킨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관련해 재계의 입장을 반영해 달라고 정치권에 강력히 요청했다.
▽기업도시법 등 문제점 조목조목 지적=경제 4단체는 또 ‘민간 복합도시개발특별법(기업도시법)’과 관련해 “도시개발에 따른 토지이용 등에서 기업 참여를 촉진할 만한 과감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非)정규직 입법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김영배(金榮培)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정부 법안대로라면 기업이 사람을 덜 쓰게 되리라는 게 불 보듯 환한 만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구제절차 철회 등 재계의 요구가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년 1월 시행되는 증권관련 집단소송제와 관련해서도 분식회계에 대한 소송 남발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법을 정비하고 과거의 분식행위는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재계 갈등 심화 우려해 수위 조절한 듯=이날 현명관(玄明官)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칠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했다 돌아온 회장들의 일정을 맞추기 어려워 회장단은 참석하지 못하고 부회장단만 모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현 부회장은 “경제가 힘든데 재계와 정부가 완전히 등을 돌리면 국민이 얼마나 불안하겠느냐”고 말해 정부 여당과 ‘과도한 갈등’을 피하기 위해 수위가 조절됐음을 내비쳤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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