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 1200원 받고 팔아요”… 中企 DSR ‘환율 선견지명’

  • 입력 2004년 11월 22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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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화 강세-달러화 약세(달러당 원화 환율 하락)’로 수출비중이 큰 국내 중소기업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부산의 선박용 로프 수출업체인 DSR㈜는 이런 가운데도 이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환율리스크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1달러를 1200원에 팔 수 있는 권리를 미리 확보해 놨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 1년간 선물환(先物換) 시장에서 20억원 이상을 벌어 들였다.》

DSR의 ‘환리스크 관리 성공 사례’는 주요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모임인 ‘CFO클럽’ 주최로 얼마 전 열린 세미나에서도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세미나에 참석한 CFO들은 “DSR는 외환 전문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서도 최고경영자(CEO)의 의지만 있다면 환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높이 평가했다.

▽경영진의 인식 전환=상당수 중소기업 경영진들은 환리스크 관리를 쓸데없는 추가비용이나 투기로 받아들이는 등 거부감을 갖고 있다. DSR도 마찬가지였다.

이 회사 재무팀 이동훈 차장이 작년 초 환리스크 관리를 건의하자 임원진은 “달러가 약세(원화강세)면 수입 원자재 값도 하락하므로 저절로 환 헤징(Hedging)이 된다”며 반대했다.

재무팀은 즉각 수년간의 환율변동자료와 수입 원자재 값을 통계적으로 분석한 뒤 “수입 원자재 값은 환율보다는 유가에 영향을 받고 1달러가 1200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 회사 수익이 적자로 전환된다”는 보고를 올렸다.

경영진은 일단 선물환 시장을 통해 환리스크 관리가 가능한지 ‘소규모 연습’을 하기로 결정했다. 5개월간의 실험 끝에 1000만원의 환차익이 발생했고 연간 1200만원에 이르는 달러 매각 수수료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나 본격적인 환리스크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선물환을 이용한 리스크 관리=DSR는 우선 CEO, CFO, 경리팀, 환리스크 담당자로 연결되는 환리스크 관리조직을 구성했다.

다음은 회사의 손익 및 비용구조를 분석해 환율이 달러당 1200원 이하로 떨어지면 손해가 발생함을 확인하고 달러당 1200원부터 환리스크를 관리하기로 결정했다. 환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목표가격 결정에 대한 권한의 크기도 △의사결정권자(35%) △실무집행자(15%) △규제담당(10%) △정보제공자(40%)로 나누어 공동 의사결정 구조를 구축했다. 이후 DSR는 수출로 벌어들이는 연간 약 4800만달러를 대책 없이 은행 계좌에 넣어 두지 않고 회사 시스템을 통한 결정에 따라 선물환 시장에서 매각계약을 했다.

이 차장은 중소기업의 환리스크 관리와 관련해 △투기는 절대 하지 말 것 △신뢰할 수 있는 외부 환율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 △공동 의사결정 내부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성공의 3대 원칙’으로 권고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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