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위안화 절상 초읽기… ‘무역 大亂’ 예고

  • 입력 2004년 11월 9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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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미국발(發) 환율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선=달러화 약세’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이 한국의 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출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내수침체가 길어지면서 우리 경제가 수출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은 현실에서 득실을 따져볼 때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부정적 측면이 더 크다고 분석한다.

▽미국발 환율전쟁 왜 생겼나=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때문이다. 미국 경상수지 적자는 현재 미 국내총생산(GDP)의 5%에 이른다. 미국은 자국의 경상수지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러화 약세정책을 강력하게 펼 것이란 관측이 많다.

환율전쟁의 여파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시된다. 특히 한국은 올해 무역수지 흑자가 GDP의 5%에 육박할 것으로 보여 원화가치 상승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내년 말에는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0원대 초반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환율전쟁의 핵심은 중국 위안화=미래에셋증권 이덕청 경제채권팀장은 “그동안의 달러화 약세의 제1라운드가 유로화 중심이었다면 앞으로 진행될 달러 약세 제2라운드는 중국 등 동아시아 통화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일본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와의 교역에서 주로 발생해 왔다는 점과 동아시아 각국 중앙은행의 달러자산 보유가 적정수준을 넘은 점을 감안할 때 더 그렇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중국 위안화 역시 내년에 소폭이지만 환율 변동폭 확대를 통해 변동환율제로 점차 이행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6년 만에 지난달 말 금리를 인상하면서 이제 위안화 가치 평가 절상(달러당 위안화환율 하락)도 ‘시간만 남았다’는 분석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국제투자은행들은 대체로 위안화 평가절상폭에 대해서는 3∼7%, 평가절상 시기는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로 전망한다.

국제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위안화 평가 절상은 메가톤급 충격으로 파급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달러화 약세가 계속될 경우 자본의 미국 이탈이 이어지는 등 국제 자본의 대이동도 예상된다.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 미국이 자본이탈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달러당 1000원대의 의미=내년도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 초반으로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그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와 기업 모두 내년 경제운용계획이나 경영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지면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돼 ‘적자수출’ 사례도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 이하로 하락하면 내년 수출은 올해(2400억달러)의 4.2%인 100억달러 정도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원-달러 환율 하락은 물가 안정에는 청신호이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 경제가 수출 호조에 의해 겨우 버텨왔다는 점에서 내년에 수출마저 하락하면 경제성장률 자체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달러화 약세가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으면 한국 정부로선 시장개입을 통해 원-달러 환율을 지지할 수단 자체가 적어진다.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구길모 과장은 “지금처럼 달러화 약세가 글로벌한 차원에서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먹히기 힘들다”며 “시장참여자들 사이에 ‘이 정도면 충분히 떨어졌다’는 인식이 생겨야 정부가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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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이철용기자 lcy@donga.com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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