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11월 8일 17시 3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2001년 12월 초 당시 한국전기통신공사였던 KT가 “1885년 우정국 출범 이래 120년간 조직에 체질화된 관료주의와 전쟁을 벌이겠다”며 경영 혁신을 선언한 지 만 3년이 지났다.
KT측은 지난 3년의 변화를 “조직의 유전자가 바뀌었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통신업계에서는 “SOS 캠페인 자체가 아직도 KT 내부에 관료주의가 팽배하다는 사실을 역으로 보여준다”며 “혁신이 체질화된 기업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공룡’의 노력=KT 비전경영실 신재준 부장은 “평가, 인원배치 승진, 조직구조, 기업문화 등 관료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손을 대지 않은 부분이 없다”고 말한다.
![]() |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은 ‘철(鐵)의 밥통’ 문화. 한때 6만명에 이르던 직원이 현재 3만8000명으로 2만2000명 줄었다.
조직에 더욱 충격을 준 것은 상무대우 이상의 임원급에 외부 인사를 수혈한 것. 이 사장은 8월 초 마케팅, 경영혁신, 부동산 개발, 대외협력 등 5개 임원직을 외부 인사로 발탁했다. 회사 창립 이래 외부 인사가 임원으로 수혈된 것은 처음이었다. 또 KT의 미래를 연구하는 신사업기획본부 등 중요 부서에 200여명의 경력직원이 ‘수혈’돼 일을 하고 있다.
의식개혁을 위해 각종 용어를 바꾸는 기업문화 운동도 실시됐다. 800쪽에 이르던 회사 내규를 3분의 1로 줄였다.
복명서, 훈시, 초도순시, 공적조서, 복무점검 등 공무원 사회에서나 쓰는 구(舊)시대 용어도 확인서, 지시, 첫 방문, 업무확인, 근무상황 등으로 바꾸었다. 승진시험을 보기 위해 회사 업무는 팽개친 채 독서실에서 1년간 공부를 하거나 연줄을 찾아다니던 승진 시스템도 실력 위주로 바꾸었다.
▽뿌리 깊은 관료주의의 그늘=하지만 KT 안팎에서는 3년간의 변화를 “아직 형식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SK텔레콤의 한 임원은 “KT에는 과감한 실행보다는 ‘어떤 일이 잘못됐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면피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다”며 “보고문화가 변화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협력업체도 아직 불만이 많다.
통신장비를 제조하는 한 중소기업 임원은 “KT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아직도 제품 경쟁력보다는 연줄이나 로비를 해야만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는 것이 통신업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KT의 한 중견부장은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회사의 성장이 한계에 달했는데도 조직 내부에는 위기감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