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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0월 20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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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실종, 시장 마비=10·29 대책을 기점으로 주택 거래가 급감해 최근에는 시장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4월 주택거래신고제가 시행된 서울 강남권 및 용산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 과천시 등에서는 올 8월 주택거래 건수가 지난해 8월에 비해 64% 감소했다.
거래 실종은 주택거래신고제가 시행되지 않는 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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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부동산팀이 아파트 밀집지역인 서울 노원, 양천, 영등포, 광진, 강서구 등 5개 구의 주택거래량을 조사한 결과 월평균 거래 건수가 지난해 6737건에서 올 9월 3712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전국 주택거래건수는 50만6000여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거래 실종은 신규 아파트 입주 지연, 역(逆)전세난 등으로 이어져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초래했다. 이사를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서민들이 속출한 것.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사는 C씨는 새로 분양받은 송파구의 아파트에 9월 입주하기 위해 올해 5월 2억4500만원짜리 아파트를 중개업소에 내놓았다. 4개월째 집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 2500만원을 낮췄으나 역시 문의전화 한 통 없다.
C씨는 “은행에서 빌린 잔금이라도 갚기 위해 입주를 포기하고 전세로 돌릴 생각”이라면서 “갑작스러운 정책변화로 가족들의 생활계획이 모두 흐트러졌다”고 말했다.
강동구에서 주택거래신고제가 시행되면서 취득·등록세 부담이 1500만원 이상 늘어난 것이 집이 팔리지 않는 요인 중 하나다.
주택거래 침체로 시중 자금의 순환 고리가 끊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산업연구원 백성준 부연구위원은 “주택 거래 중단으로 자금이 돌지 않는다. 집을 사고팔지 못한다는 것은 은행이 대출을 축소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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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경기 위축은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도 큰 영향 미쳐=거래 침체는 건설업계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전반적인 경기 침체의 골을 깊게 만들고 있다.
건교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건설 인허가가 난 주택은 모두 21만9000가구.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8만9000가구보다 43% 감소한 것이다. 2000∼2003년 4년 평균인 29만9000가구보다도 26%나 줄었다.
주택건설 수주액도 올해 8월은 2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8월에 비해 41% 감소했다.
건설업체들이 집을 지어 팔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택을 포함한 건설업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7.6%였다. 정부는 건설경기가 지난해 7.6% 성장에서 올해 1.5% 안팎으로 가라앉을 경우 경제성장률을 1.2%포인트 내리는 효과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대한주택보증의 박태만 기획부장은 “올해는 건설회사들이 지난해 세워놓았던 계획대로 공사하고 분양도 해 부도업체가 크게 늘지는 않았다”면서 “하지만 주택건설 수주가 급감하면 내년 주택관련 경기는 올해보다 더 나빠지고 자금력이 약한 중소주택업체들의 부도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풍선효과 불러온 10·29대책…규제적은 지역-토지로 돈 우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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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규제를 동반한 10·29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지난 1년간 이른바 ‘풍선효과’ 현상도 두드러졌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규제가 강화되자 분양권 전매 제한을 받지 않는 비(非)투기과열지구 아파트로 자금이 몰리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었던 토지와 상가에 대한 투자·투기 바람도 거셌던 것.
실제로 수도권과 광역시에는 분양권 전매가 제한돼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미미했지만 비투기과열지구에서는 청약경쟁률이 11 대 1을 넘는 곳도 나왔다.
올해 9월 비투기과열지구인 강원 원주시에서 있었던 포스코건설의 342가구 분양에서는 3854명이 몰려 11.27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반면 같은 달 실시된 서울 8차 동시분양에서는 519가구 모집에 569명이 청약해 경쟁률이 1.09 대 1에 그쳤다.
토지와 상가 시장도 부풀어 올랐다. 수도 이전 후보지인 충청권 전역과 골프장 및 복합관광레저단지 조성을 앞두고 있는 전남 서해안 일대 지역에 특히 많은 투자·투기세력이 몰렸다.
충남도에 따르면 수도 이전 예정지인 연기군의 경우 9월 말 현재 공시지가가 2002년 말 대비 13.58%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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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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