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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0월 17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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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금리가 쌉니다. 꼭 들러주세요.”(제일은행 직원)
15일 오전 11시경 경기 용인시 구성면 언남리 성원상떼빌 아파트단지 입구에서는 국민은행과 제일은행의 대출경쟁이 치열했다.
내수부진과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기업대출의 리스크가 높아지자 상대적으로 연체 가능성이 적은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려는 은행들의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이 아파트는 860가구 규모로 이달 31일 입주가 시작된다.
이날은 국민은행이 3년 전 시공사인 성원건설의 보증으로 해 준 중도금대출을 담보대출로 바꿔주는 이틀째 상담일.
중도금대출은 건설사와 은행이 계약하는 ‘집단대출’이지만 담보대출은 입주예정자가 대출은행을 고를 수 있다. 따라서 국민은행은 고객 이탈을 막고 제일은행은 고객을 빼앗는 입장이다.
두 은행 직원 28명이 어깨띠를 두르고 단지 입구부터 상가 안 상담창구까지 늘어서 입주예정자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국민은행 현장책임자인 서울 동역삼지점 조승근 차장은 “고객 이탈률이 50%를 넘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제일은행은 고객 확보를 위해 파상공세에 나섰다. 이 아파트에 대해 제일은행이 제시한 대출금액은 국민은행 대출금액보다 평균 2000만원 많고 금리도 평균 0.1∼0.2%포인트 낮았다.
성원건설 재경팀 서재호 과장은 “제일은행 외에 3개 은행이 장소 제공을 요청했지만 혼잡을 피하기 위해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제일은행에만 상담공간을 무료로 제공했다”고 말했다.
탈락한 은행 가운데 한 곳은 단지 근처에 천막을 쳐놓고 마케팅을 했다.
국민은행은 대출일로부터 6개월까지의 금리를 0.8%포인트 내리는 방법으로 제일은행의 공세에 대응했다. 또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중도금대출을 미리 갚는 고객에게 조기상환수수료를 0.5% 물리기로 했다.
국민은행측은 “중도금대출 만기일이 12월 말이기 때문에 지금 중도금을 갚으면 수수료를 내야 한다”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약정상 1%였던 수수료율을 0.5%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두 은행의 마케팅 경쟁은 뜨거웠지만 고객들은 냉정하고 신중했다.
입주예정자 200여명이 다녀간 14, 15일 국민은행과 제일은행의 계약실적은 각각 35건에 그쳤다.
상담 직원들은 “대출금액, 금리, 상환방법 등을 꼼꼼히 물어본 뒤 ‘더 알아보고 다음에 오겠다’는 고객이 많았다”고 전했다.
용인=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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