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한국경제 더블딥 초기국면 진입”

  • 입력 2004년 9월 22일 18시 40분


“한국경제는 내수(內需)라는 한 쪽 엔진이 고장나 ‘수출 엔진’ 하나로 날고 있는 비행기 같은 상황이다. 게다가 고(高)유가 등으로 ‘기상 상황’은 악화되고 있으며 경제를 이끌어야할 기업의 투자의욕은 꽁꽁 얼어붙어 있다.”(전국경제인연합회 현명관·玄明官 부회장)

“우리 당이 기업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중소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매개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지 대기업을 하는 몇몇 기업인을 위한 것은 아니다.”(열린우리당 강봉균·康奉均 의원)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16명과 기업인, 전경련 관계자, 학계 인사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 활성화와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여야 의원과 재계 관계자들은 경제가 처해 있는 어려움에 대해 대부분 동의하면서도 기업 투자 활성화 방안 등 구체적 해법에서는 뚜렷한 시각 차이를 보였다.

이날 전경련 금융조세위원장인 박용오(朴容旿) 두산그룹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성장이며 시장개혁, 기업개혁도 안정적인 성장기반 위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 재경위원장인 한나라당 김무성(金武星) 의원은 “경제 위기가 커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적 역량을 결집하는 능력과 지도력이 부족한 것 같다”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 수행능력을 비판했다.

이어 주제발표에 나선 전경련의 현 부회장은 “21세기는 치열한 경제전쟁의 시대로 기업들은 ‘글로벌 자이언트’들과 싸우고 있다”면서 “경제전쟁에서 ‘전사(戰士)’는 기업인이고 유일한 무기는 기업의 투자인데 기업들이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으로) 경영권 방어에 급급한 상황이어서 제대로 투자를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 같은 상황이 3∼4년 이상 지속되면 국민소득이 4000∼5000달러로 하락해 삶의 질이 형편없이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경련측은 또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관련해 이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가공(架空)자본’이나 순환출자 등만 규제하는 방식의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꾸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날 강 의원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재계는 정치권이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불만만 토로할 것이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와 모든 요소를 헤아려 요구의 완급과 우선순위를 조절해 달라”며 반박했다.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부품소재 산업 육성,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 반(反)기업정서 해소 방안 등이 논의됐다.

한편 전경련은 이날 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경제 활성화를 위한 경제계 제언’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는 지난해 9월 이후 경제회복 국면이 내수부족으로 지속되지 못해 다시 수축국면으로 접어드는 ‘더블 딥’ 초기 국면에 진입했다”고 경고했다.

:더블딥(double dip):

침체된 경기가 잠시 회복기미를 보이다 다시 하강하는 이중 침체 현상. 2001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로 기업투자 부진과 민간소비 위축이 주원인이다. 정식 경제학 용어는 아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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