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법인 2분기 순익 급감… 하반기도 먹구름

  • 입력 2004년 8월 17일 18시 28분


기업들의 성장 동력이 바닥을 드러낼 조짐이다.

거래소 상장회사와 코스닥 등록회사의 올 2·4분기 순이익이 직전 분기보다 대폭 감소했다. 기업들은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 때문에 설비 투자를 꺼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3·4분기 이후 기업 실적마저 부진할 경우 경기회복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긴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려대 경제학과 윤창호(尹暢晧) 교수는 “지금 한국경제는 유가 충격 등 일시적 요인 탓에 잠시 침체국면에 빠졌거나 경기회복세가 본격적으로 둔화되기 시작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성장 위한 ‘실탄’이 없다=2·4분기 순이익이 1·4분기보다 감소한 것은 소비 위축에다 유가 급등 등 외생 변수가 맞물린 탓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이익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실탄’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장 등록기업의 올해 상반기 재무제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4분기 전기전자, 기계, 철강금속, 화학, 섬유의복업 관련 기업의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1·4분기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분석 대상 상장기업 535개사의 2·4분기 순이익은 14조2296억원으로 직전 분기(12조6123억)보다 11.37%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이 3.94%가 늘었지만 영업비용과 유가 상승에 따른 영업외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했다.

코스닥 등록기업 사정도 비슷하다.

등록기업의 2·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4분기 대비 각각 9.3%와 5.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보기술(IT) 경기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등록기업 순이익은 22.1% 급감했다.

대신경제연구소 강록희 연구원은 “인터넷 관련 기업들의 무모한 외형 불리기가 수익성을 떨어뜨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못하는 풍토=기업들은 설비 투자도 미루고 있다. 경기와 정책의 불확실성 탓에 기업들이 미래 성장 엔진을 장착하는 일을 꺼리는 것.

6월 말 현재 거래소에 상장된 제조업체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97.69%였다. 상반기 기준 사상 처음으로 100% 아래로 떨어졌다.

LG투자증권 박윤수(朴允守) 상무는 “기업들이 금리가 싸도 빚을 갚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당장 설비투자에 나설 경우 원금 회수기간을 점치기 어렵다는 게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는 이유다.

유가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는 점도 기업으로선 부담스럽다. 기업들은 소비가 극도로 위축된 만큼 유가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했다간 매출이 갑자기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하반기도 어둡다=LG경제연구원 이한득(李漢得) 연구위원은 “수출 증가세가 둔해진 만큼 하반기 기업실적도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기업실적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유가 동향 △IT 경기 △국내 금리 움직임 △내수 관련 정책 등을 꼽고 있다.

장밋빛 전망은 자취를 감췄다.

이 연구위원은 “각종 변수가 부정적인 만큼 기업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민상기(閔相基) 교수는 “실적 둔화세가 지속되리라는 예상 때문에 기업들의 불안감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2·4분기 실적 둔화→대내외 투자환경 악화→설비 투자 불안감 확산→3·4분기 실적 악화 현실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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