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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8월 17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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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고객의 금융거래 정보 및 은행의 중요 정보가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습니까?”
국민은행 문승철(文承喆) 과장은 매주 두 차례 업무용 컴퓨터로부터 준법 및 윤리의식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제대로 답하지 않으면 다른 업무를 할 수 없다.
문 과장은 “좀 귀찮지만 나를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날로 규모가 커지는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통제 자기평가(Control Self Assessment)’ 제도를 시행하는 은행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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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부터의 감시’가 아니라 직원 스스로 자신의 법규 및 윤리강령 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매년 네 차례 전 직원에 대해 자기평가를 실시한다. 10개 이상인 질문은 내용이 구체적이고 까다롭다. 신한은행은 월 1회 자기평가를 실시한다.
우리은행 오헌석(吳憲錫) 준법감시실 과장은 “‘예’ ‘아니오’로 응답하게 했더니 진지하게 응하지 않는 직원들이 있어 좀 더 까다롭게 네 가지 답안 중 하나를 고르도록 했다”고 말했다.
만화 등 시청각 자료와 집단 활동도 이용된다.
우리은행은 만화영화인 ‘한 우리 양의 윤리일기’를 상영한다. 국민은행은 본사 관련 직원들이 지점에 나가 준법 및 윤리의식 고취를 위한 토론을 벌이게 한다.
은행장들도 솔선수범하고 있다.
김정태(金正泰) 국민은행장이 지난해 고객이 보낸 복숭아 한 상자를 돌려보내라고 비서실에 지시한 것은 유명한 얘기다.
은행들이 자기평가 제도를 속속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인 필요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에서는 191건의 금융사고가 생겨 765억원의 손해를 봤다.
은행연합회 변중석(卞重錫) 감사는 “소수의 감사 인력이 수천명에 달하는 직원의 비리를 모두 막을 수는 없다”며 “자기평가를 통해 직원 스스로가 마음을 다잡으면 금융사고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예정대로 2007년부터 ‘신(新)바젤 자기자본 국제협약’이 도입되면 자기평가 도입 여부가 은행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
시중은행의 자기평가 제도는 아직 초보 단계이고 효과를 둘러싼 회의론도 많다.
우리은행 오 과장은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면 99%의 물이 아래로 새고 1%가 뿌리에 흡수돼 싹을 틔운다”며 “자기평가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인 신지영씨(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년)도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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