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부동산중개업소 급매물 러시

  • 입력 2004년 8월 3일 14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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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지역에서 권리금 없는 부동산중개업소 매물이 등장했다.

3일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과 고덕시영 아파트단지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이 일대 8개 단지 가운데 2개 단지의 단지 내 상가에 있는 중개업소 4곳이 보름 전 권리금이 붙지 않은 채 급매물로 나왔다.

이들 중개업소는 '한 달에 한 건의 계약서도 쓰기 힘든' 상황이 3~4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월 임대료(90만~120만원)와 광고비, 전화요금 등 월 150만~200만원에 이르는 운영경비를 감당하지 못해 가게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인수자가 나서지 않자 권리금을 일절 받지 않기로 한 것. 1년 전 들어올 때 냈던 권리금 6000만~8000만원을 고스란히 날리는 셈이다.

이 지역의 단지 내 상가에 위치한 중개업소 권리금은 지난해 9월 6000만~8000만원에서 현재 평균 3000만~4000만원으로 떨어졌다.

2단지 상가 내 K공인 대표는 "주공 1단지를 제외한 7개 단지는 조합원지위 양도 제한 조치가 적용돼 조합 설립인가가 나면 그 뒤 5년 이상 매매거래가 금지된다"면서 "한 달에 서너 건의 전·월세 중개만으로는 가게 임대료를 대기도 벅차다"고 말했다.

사업 추진 속도가 더딘 강남권의 다른 재건축 단지 인근의 중개업소 권리금도 일제히 급락하고 있다.

지난해 '9·5대책'에 포함된 소형평형 의무비율 강화 조치에 따라 재건축 추진에 제동이 걸린 강남구 대치동 청실 1, 2차 단지에서 최근 매물로 나온 중개업소 2곳의 권리금은 6000만~7000만원으로 석 달 전 1억2000만~1억300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청실 1차 상가 내 S공인 관계자는 "작년에 직장을 퇴직하고 부동산 중개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내놓은 가게"라고 전했다.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로 큰 타격을 입은 강남구 개포주공 1~7단지에서도 150개 중개업소 가운데 10여 곳이 가게를 내놓았다. 5단지 '베스트공인' 관계자는 "권리금이 작년 하반기 수준에서 3분의 1 가량 하락한 3000만~7000만원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청에 따르면 서울지역 중개업소 수는 3월 말 2만2242곳에서 6월 말 2만2368곳으로 늘어 부동산 불황 속의 치열한 생존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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