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유연해지길” “使 대화노력을” 노사정 릴레이 강연

  • 입력 2004년 7월 30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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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인사들이 한국의 노동운동과 노동정책에 대해 강한 불만과 ‘쓴소리’를 공개적으로 털어놓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공동주최로 30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8회 제주 서머포럼에서는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 부회장과 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 김대환 노동부장관 등 노사정 대표가 차례로 강연했다.

서강대 경제학부 남성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 참석한 기업 및 경제단체 관계자들은 노사정(勞使政) 대표인 연사들의 강연 후 질의를 통해 잇달아 노사문제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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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사 권순길 상무는 “요즘 노사정위원회가 운영되는 것을 보면 사용자측은 ‘노사정’이 아닌 ‘노정’의 들러리를 서는 것 같다”며 “경총은 당장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라”고 주장했다.

삼우EMC 정규수 회장은 이용득 위원장에게 “쟁의를 할 때마다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몽둥이를 휘두르며 자식 같은 전경들과 맞서야 되겠느냐”면서 “유연하게 노동운동을 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국무역협회 한영수 전무는 “노조가 이라크 파병 등 각종 촛불시위와 무슨 관계가 있어서 무분별하게 비정부기구(NGO)와 연대활동을 벌이느냐”고 따졌다.

한 경영컨설턴트는 “이 위원장이 외국인투자를 부정적으로 보는데,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 측면도 많다”면서 “청년실업이 많은 것은 기득권을 가진 노동자들이 자기 권익을 너무 보호하려다보니 고용 창출이 안 되기 때문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사측 대표로 강연에 나선 김 부회장도 “지금 기업은 근로자가 합법적인 파업을 해도 사용자가 버티기 어려운 상황인데 개별 사업장과 노조 상급단체에 이어 정당에 파견할 노조전임자의 임금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노동계 대표인 이 위원장은 “노사문제 해결의 축은 의사소통이며 대화를 부정하면 안 된다”며 노동계의 경영참여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식 공부를 하고 온 사람이 경제부처를 장악하고 있는데 이들은 정권이 어떻게 바뀌어도 절대로 교체되지 않는 진짜 철밥통이며 5년, 10년 전에 배운 것으로 지금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경제관료를 비판했다.

이어 “교수들도 정부 입맛에 맞는 소리만 하고 있고, 언론도 소수의 목소리는 무시하고 주류쪽 입장만 전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대기업 노사교섭에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도 있다”면서 “이는 노조가 강성인 탓도 있지만 당당하지 못한 채 상황을 적당히 넘기려는 기업인들의 태도가 누적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노사정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보다 자성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서귀포=이원재기자 w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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