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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13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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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1년째 살고 있는 영국인 캐리 앤더슨(30·여)은 “서류를 확인하려고 구청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 난처했다”며 “그 다음부터는 아예 한국인 친구와 같이 다닌다”고 말했다.
미국인 빌 월튼(38)은 “한국정부에 세금을 내면서도 고지서가 모두 한글로 돼 있어 어떤 이유에서 얼마를 내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서울 거주 외국인 2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관공서를 방문한 경험이 있는 149명 중 절반가량이 의사소통 불편(52.2%), 직원 불친절(36.6%) 등의 이유로 관공서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등 의료시설도 마찬가지. 대부분의 안내판이 한글로 돼 있는 데다 등록, 수납 등을 담당하는 직원들과 의사소통이 쉽지 않기 때문.
한국에 온 지 8년째인 서울대 인문대 리처드 거스 교수는 “한국 의사들과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증상 설명 등은 여전히 어려워 한국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한다”고 말했다.
영화관이나 공연장 등 기본적인 문화시설 역시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외국어 자막을 제공하는 곳이 드문 데다 외국어로 된 문화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도 거의 없기 때문.
서울대에 재학 중인 알리샤(18·여·미국)는 “한국영화 ‘아는 여자’를 봤는데 자막이 없어 이해하기 힘들었다”며 “영화 보는 동안 내내 한국인 친구가 옆에서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잇따라 수상하는 등 유명세를 타 극장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으나 현재 외국어 자막을 제공하는 영화관은 서울의 시네코아뿐이다. 지난해부터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1일 1회 영어자막을 내보낸다. 하지만 이런 사실 역시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서울에 산 지 3년 된 한국계 프랑스인 자크 정(40)은 “한국은 선진국 진입을 외치면서도 관공서 병원 극장 등 일상적인 서비스에서 외국인들을 배려하려는 마인드가 부족하다”며 아쉬워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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