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떠나는 개미 잡기’ 안간힘

  • 입력 2004년 6월 14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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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품으로 순금, 자동차, 해외 골프여행권 등을 드립니다.”

백화점 경품 행사의 선전문구가 아니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에 등을 돌리면서 증권사들이 내건 경품행사 내용이다.

증시 침체와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증권사들이 경품을 ‘당근’으로 내걸고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통업체의 경품 행사를 응용한 ‘불황 타개책’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순금, 해외여행권 등 경품까지 등장=최근 증권가에 펀드 등에 가입하면 순금을 주는 이색 경품 행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자사 이미지를 ‘명품펀드 백화점’으로 설정한 한국투자증권은 이달까지 5가지 ‘명품펀드’ 상품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300명에게 순금 1∼10돈을 나눠준다. 이 행사를 통해 지난달에만 820억원의 펀드 가입실적을 올리는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대우증권도 30일까지 적립형상품과 자산관리상품 등에 가입하는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순금 10돈, 공기청정기, 자전거 등의 경품을 준다.

‘큰손’ 고객을 잡기 위한 해외여행 경품도 등장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이달 말까지 일임형 랩어카운트 상품인 ‘굿모닝 골드랩’에 5억원 이상 가입하면 해외 골프여행 상품권, 1억원 이상이면 국내 특급 호텔 숙박권을 주는 행사를 진행한다.

한투증권도 7∼9월 주식 계좌 개설 고객을 대상으로 발리 여행권 등을 내건 경품행사를 열 계획이다.

‘개미’들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SK증권은 새로 내놓은 선물옵션 전용 HTS 홍보 행사(체험수기 모집, 퀴즈대회)에 승용차와 컴퓨터 등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한투증권은 타 증권사에서 500만원 이상의 계좌를 옮겨오는 고객에게는 금액에 따라 자전거, 진공청소기, 문화상품권 등을 주는 ‘미끼’를 던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 감소가 원 인=증권사들이 경품 경쟁에 나서게 된 이유는 개인 투자자의 감소로 인한 증시 위축과 수수료 수입 감소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활동 계좌(현금이나 수익증권 잔액이 10만원 이상이며 6개월 내 주식매매나 입출금이 한 번 이상 이뤄진 계좌) 수는 정보기술(IT) 붐이 한창이던 2000년 868만개를 정점으로 이달 4일에는 714만개까지 떨어졌다.

최근 주가 급등락도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 14일 서울증시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2.74포인트 떨어진 738.79로 마감했다. 이는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 온라인 증권 정보사이트의 관계자는 “예전에는 주가가 폭락하면 개인 투자자끼리 투자 전략과 폭락의 원인을 두고 설전을 벌이곤 했지만 지금은 모두 짐을 싸서 증시를 떠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경품 경쟁은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외면에 따른 증권업계의 위기감이 반영된 현상이며 앞으로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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