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MOU 수정해달라” 예금보험공사에 요청

  • 입력 2004년 5월 31일 17시 56분


코멘트
올해 우리은행이 달성해야 할 이익률과 부실채권비율 등 주요 경영목표를 놓고 모회사인 우리금융지주와 예금보험공사(예보)간에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예보로부터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뒤 예보와 경영정상화 약정(MOU)을 체결했지만 이 약정을 지킬 수 없게 된 것. 우리은행이 올해 3월 말 우리카드와의 합병으로 막대한 부실을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 경영목표를 낮춰줄 것을 요구했지만 예보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우려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지주 고위관계자는 31일 “우리카드가 지난해 4215억원의 적자를 낸 데다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부실 때문에 우리은행이 2004년도 MOU를 달성하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새 경영진이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객관적인 현실 파악을 위해 삼일회계법인에 5월 초 경영진단을 의뢰했다”면서 “경영진단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달 중 예보와 MOU 수정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회사는 공적자금에 대한 감독과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정기적으로 예보와 MOU를 맺도록 돼 있다. 매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총자산이익률(ROA) △1인당 영업이익 △부실채권 비율 등 경영 목표 등을 설정하고 달성 여부를 감독하는 것.

회계연도 말에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이듬해에 임원들의 연봉이 동결되거나 인원 감축 등의 제재를 받는다.

2000년 말 2차 공적자금이 투입돼 2001년부터 MOU를 맺은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까지 경영 목표를 무난히 달성해 왔다.

우리은행의 2004년 경영목표는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10.5% △ROA 1.1% △1인당 영업이익 3억7000만원 등이다.

그러나 예보측은 시장 상황이나 회사 내부 사정 때문에 MOU를 수정해 주는 것은 공적자금 지원을 받는 회사의 모럴 해저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강동수 박사는 “우리카드 부실은 지주사의 경영에 문제가 있는 만큼 MOU 수정에 따른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