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근 들어 이민을 떠나는 사람이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중산층 이상을 중심으로 과거보다 많은 돈이 빠르게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30일 내놓은 국제수지 통계에서 1∼4월 중 ‘경상이전 대외지급액’과 ‘자본이전 대외지급액’을 합하면 45억2220만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7억3420만달러)보다 21.1% 증가한 것으로 이 기간 중 평균 환율(달러당 1166원)로 환산하면 약 5조2700억원이다.
정삼용(鄭三容)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경상이전 대외지급액은 국내에서 해외 친척이나 가족에게 보낸 증여성 개인 송금, 자본이전 대외지급액은 이민자의 해외 이주비와 재외교포가 반출한 재산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1∼4월 경상이전 대외지급액은 39억656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2억9990만달러에 비해 20.2% 늘었다. 또 자본이전 대외지급액은 지난해 4억3430만달러에서 올해 5억5660만달러로 28.2% 증가했다. 반면 1∼4월 중 외국에서 국내로 들어온 경상 및 자본이전액은 29억27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6.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경상 및 자본이전 수지 적자는 16억195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억3590만달러보다 31.0% 늘었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裵祥根) 연구위원은 “경제 규모 확대나 외환자유화에 따른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이민자 수가 오히려 줄어든 상태에서 해외 이주비 등이 증가한 것은 종전보다 자산이 많은 계층이 한국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 1∼4월 중 해외 이민자 수는 263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569명에 비해 35.7% 감소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국내에서 빠져나간 자본이 해외 부동산 등에 불법으로 투자되고 있는지 실사(實査)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금감원 오갑수(吳甲洙) 부원장은 “내국인이 해외의 부동산 또는 골프회원권 등을 취득할 경우 한은에 신고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한은에는 부동산 취득 신고건수가 전혀 없고 골프 회원권 관련 신고도 10여건에 불과해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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