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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30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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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감독은 정부 몫인데…▼
공적 자금이 초래한 ‘도덕적 해이’에 공분(公憤)을 느껴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것만으로 국민의 부담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도덕적 해이는 사회에 큰 부담을 주지만 그 행위자에게는 대단히 합리적인 행동이다. 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는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다. 공적 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월급과 상여금을 올리고 퇴직하는 동료들에게 과도하게 높은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행동이다. 공적 자금의 주인인 국민의 바람은 공적 자금 수혜자들이 받은 돈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이익을 남겨 국민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이겠지만 그들이 그렇게 행동해야 할 경제적 유인은 약하다. 교통사고시 보험금 추가 부담이 없다면 자동차 보험에 가입한 운전자가 과거처럼 조심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공적 자금을 관리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돈을 원래의 목적에 합당하게 쓰려는 의지보다 자신의 손에 넣으려는 욕구가 강하다. 이들은 항상 법과 규정을 피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유혹에 빠져들게 되고, 이것을 물리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합법적인 수단을 사용해 돈을 자기 쪽으로 향하도록 유인하고, 자기들에게 유리한 법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관료들의 이러한 도덕적 해이는 법이나 규정을 위반하는 범법 행위는 아니지만 그것이 초래할 수 있는 국가적 손실은 막대하다.
그렇다면 공적 자금 부분에서 일어난 도덕적 해이는 원천적으로 이 제도에 내재해 있던 문제가 드러난 것은 아닐까. 공적 자금은 원천적으로 도덕적 해이를 유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적 자금을 불가피하게 투입할 경우에는 그 사용과 관리를 철저하게 감독하고 감시해 원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은 당연히 정부의 몫이다.
‘도덕적 해이’를 윤리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해결하려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기 돈을 자신을 위해 쓰는 경우에는 분명히 절약하면서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자기 돈을 타인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에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애쓴다. 타인의 돈을 자기를 위해 사용하는 경우에도 절약에 대한 유인은 약하지만 그 돈의 가치만큼 효율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타인의 돈을 타인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는 절약하려는 노력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유인도 약해진다.
▼철저한 회수대책 세워야▼
따라서 우리는 남의 돈을 자기나 남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최소한으로 줄이도록 해야 한다. 곧 우리 사회에서 정부의 역할을 최대한 줄이고 자기 책임의 원칙이 적용되는 부분을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 이것이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교훈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는 공적 자금을 철저하게 관리해 최대한 회수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그럴 의지도 능력도 없다면 국회나 국민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신중섭 강원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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