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5년간 162조 투자… ‘코드 맞추기’ 지적

  • 입력 2004년 5월 27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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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G 현대자동차 SK 등 주요 그룹은 27일 투자 확대 및 일자리 창출, 협력업체 지원 방안 등을 일제히 발표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주요 대기업 총수와의 25일 청와대 간담회에 이은 후속 조치다.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 이들 그룹의 향후 3∼5년간 투자 금액은 최대 162조원에 달한다.

각 그룹의 계획 발표는 청와대 회동에 대한 화답의 성격을 띠고 있다. 실제로 제대로 이행된다면 얼어붙은 경기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제 논리가 아닌 권력과의 ‘코드 맞추기’를 위해 어설픈 계획을 내놓거나 이미 발표된 내용을 짜깁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불투명한 경영환경 때문에 중장기 투자 계획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유보적이다.

▽삼성=올해 투자를 당초 계획(17조4000억원)보다 1조9000억원 늘어난 19조3000억원으로 확대하는 등 2006년까지 3년간 7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또 대졸 신입사원은 7000명을, 실업계 고교 출신 현장 인력은 7200명을 채용하기로 하는 등 신규 채용 인력을 작년보다 2000명 늘어난 1만7000명을 뽑기로 했다고 밝혔다. 2005년과 2006년 투자액은 각각 23조5000억원과 27조2000억원이다.

3년간 분야별 투자액은 △반도체 22조원 △액정화면(LCD) 10조원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1조7000억원 등이다.

순수 복지사업에는 작년(460억원)보다 대폭 증가한 1100억원을 책정했고 사회공헌활동에도 4000억원을 배정했다.

이순동 삼성 구조조정본부 부사장은 “이건희(李健熙) 회장이 청와대 회동 후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대표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투자와 고용, 나눔경영, 협력업체 지원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LG=올해 투자 규모를 당초 9조4000억원에서 9조8000억원으로 증액하는 등 양대 주력사업인 화학과 전자 정보통신 분야에 5년간 5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분야별로는 △시설투자가 지난해보다 2조1000억원이 증가한 7조2000억원 △연구개발 투자는 5000억원 늘어난 2조6000억원이다.

시설투자는 LCD와 PDP 등의 전자 디스플레이 사업과 편광판, 2차전지 등 정보전자소재 사업과 바이오신약 개발 분야 등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대졸 신입사원 5500명을 포함해 총 1만1000명을 채용하는 한편 전자계열사는 현재 1만4000명 규모인 연구 인력을 2010년까지 3만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대자동차=연구개발(R&D)과 기술혁신을 위해 올해부터 2007년까지 4년간 매년 5조5000억원씩 총 22조원을 투자한다.

또 2007년까지 이공계 출신 고급 인력을 매년 1000명씩 총 4000명을 선발하고 신입사원도 매년 6000명을 신규 채용할 방침이다.

2007년까지 현대기아차의 5700여개 하청부품업체에 매년 1조6000억원씩 총 6조5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SK=최태원(崔泰源) 회장 주재로 ‘그룹 연구개발 위원회’를 열고 2007년까지 간접적으로 일자리 9만개를 창출할 수 있도록 15조∼2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금액은 올해에는 4조5000억원을, 2005∼2007년에는 매년 5조원 정도로 잡고 있다.

SK는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 △차세대 정보통신 서비스 △생명과학 기반 구축 등을 3대 핵심 투자영역으로 선정했다.

또 연구소 인프라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현재 1400여명 수준인 R&D 인력을 연말까지 1800명 수준으로 대폭 늘리고 신입사원은 매년 2000명 이상 뽑기로 했다.

최 회장은 “현재 SK가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에너지 화학과 정보통신을 중심으로 국가의 대표적 성장엔진이 될 수 있는 신규 사업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재기자 wjlee@donga.com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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