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회장의 '청와대회동' 뒷얘기

  • 입력 2004년 5월 26일 17시 28분


"분위기는 딱딱했지만 그룹총수들이 할 말은 다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강신호(姜信浩) 회장은 25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주요 대기업 총수간의 청와대 간담회가 끝난 뒤 전경련 임원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회동 성과를 이 한마디로 요약했다.

강 회장은 식사 자리에서 청와대가 발표하지 않은 회동내용까지 자세히 소개하면서 회동 결과에 대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고 전경련의 한 임원이 전했다.

강 회장이 꼽은 첫 번째 성과물은 정부와 그룹총수 간의 껄끄러운 관계를 청산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는 "대선자금 수사로 정부와 불편한 총수가 많았는데 이날 회동으로 정리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간담회에서 최태원(崔泰源) SK그룹 회장은 "분식회계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노 대통령의 표정도 이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

그룹총수들은 또 실제 사례를 근거로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수도권 입지규제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구체적인 애로사항을 털어놓는 등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갔다.

당초 전경련은 그룹총수들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지 않을 것을 우려해 상위 그룹 총수는 그룹의 투자확대계획을, 중하위 그룹 총수는 기업경영의 고충을 각각 얘기하는 시나리오를 그룹 실무자 회의에서 마련하기도 했지만 실제는 이와 달랐다는 것.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도 "규제완화가 이렇게 중요한지 새삼스럽게 느꼈다"고 말하는 등 정부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는 게 전경련 측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강 회장은 간담회 도중 휴식시간에 규제완화를 언급한 그룹총수를 향해 "당신 오늘 한 건 했어"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는 것.

강 회장은 "그룹총수들이 '내가 말한 게 되는구나'하고 느낄 수 있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고 전경련 측은 전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출자총액규제와 관련해 시장개혁3개년 로드맵을 지키되 투자에 걸림돌이 된다면 풀어주고, 수도권 입지규제도 균형발전 원칙을 고수하되 난개발에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면 재계 입장을 반영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에 검토해라는 지시를 했다"면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원재기자 w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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