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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20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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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전자를 산 김모씨(34)도 상황은 마찬가지. 매수 직후부터 원금이 깨지더니 급등락이 거듭되고 있다. 노심초사하던 이씨는 결국 “그냥 장기투자자가 되겠다”며 시세판을 꺼 버렸다.
최근 주가가 큰 폭의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개미투자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들 중에는 급락세가 이어진 종목에 물려 ‘비자발적 장기투자자’가 돼 버린 사람도 적지 않다.
▽팔아버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장기 투자를 해 온 가치투자자들은 “우량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손해를 봤더라도 당장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투신운용 이해균 주식운용본부장은 “물린 상태로 가만히 있는 게 낫다”고 말할 정도. 기업 실적으로 따지면 장기적으로는 결국 투자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물론 주가가 단기적으로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한다면 당장 팔고 바닥에서 재매수를 시도하는 편이 낫다. 그러나 이 본부장은 “자잘한 파도를 맞추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너무 피곤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에 남아 있더라도 업종이나 개별 종목을 따져 볼 필요는 있다. 중국 쇼크 등 대외 악재의 영향이 이어질 종목은 피하는 식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유리하다.
동원증권 이채원 상무는 “상승 가능성이 적은 종목이라면 굳이 물려 있을 필요가 없다”며 조금 손실을 보더라도 이를 팔고 성장성이 높은 종목을 저가(低價)에 사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제안했다.
그가 사례로 든 종목은 현대중공업. 이 종목은 4월 29일 2만6750원까지 내려간 뒤 5월 19일까지 2만9050원(+8.5%)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에 종합주가지수가 11% 이상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6개월 이상 하락해 값이 싸다는 점, 원자재 값 하락 등 중국 쇼크의 수혜 대상으로 거론되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엉덩이로 하는 투자’=투자 기간도 이 시점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변수다.
VIP투자자문 김민국 대표는 “저평가된 우량종목이라면 늦어도 2년 안에는 제 가치를 찾아온다”며 “진득하게 엉덩이 깔고 기다리는 것도 중요한 투자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상보다 상승세가 늦게 시작되더라도 배당금으로 버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다만 ‘물 타기’(주가 하락시 주식을 더 사들여 매수 단가를 낮추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상승 추세가 일단 붕괴됐기 때문에 주식 비중을 늘릴 시점이 아니라는 것.
손해 본 주식이 없는 느긋한 개미들도 일단은 바닥이 확인된 뒤 ‘무릎’에서 사야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실질 고객 예탁금이 1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아직은 단기차익을 노리는 스마트머니(치고 빠지는 데 능수능란한 투자자금)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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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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