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이 몰려온다…‘가족사랑’메시지 전달에 적합

  • 입력 2004년 5월 17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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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고 속에서 아버지가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건설 래미안 아파트 광고의 신세대 아빠 이병헌(오른쪽)과 딸. 사진제공 제일기획
최근 광고 속에서 아버지가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건설 래미안 아파트 광고의 신세대 아빠 이병헌(오른쪽)과 딸. 사진제공 제일기획
《상쾌한 아침. 젊은 아빠 이병헌과 어린 딸이 행복한 표정으로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삼성건설 래미안 아파트 광고의 한 장면. 광고 속에서 부녀(父女)는 쾌적한 아파트 실내 환경 덕에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듯 마냥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롯데마트 광고에는 야근 때문에 늦게 귀가하는 엄마 대신 아빠와 딸이 장을 보러 나온 모습이 등장한다. 무거운 카트는 아빠가 끌고 딸은 물건을 받아들며 즐거운 쇼핑시간을 보낸다.》

아파트, 할인매장, 세제 등 전통적으로 어머니의 이미지가 부각됐거나 주부를 타깃으로 하던 광고 속 어머니의 자리를 아버지들이 교체하고 나섰다.

광고 속 아버지들이 전성시대를 맞은 이유는 뭘까.

▽아빠가 ‘뜨는’ 이유=가족사랑을 강조하는 광고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단골 소재로 쓰인다고 광고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특히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는 기간 중에는 ‘아버지 신드롬’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광고 속에서 아버지가 등장했다.

최근 경기 침체 등으로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가장들의 모습이 다시 한번 ‘뜨게 됐다’는 것.

이 같은 맥락에서 최근 등장하는 이른바 아버지 광고 중에는 삶에 지친 아버지의 모습과 그의 처진 어깨를 안타까워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녹아있는 장면이 많다.

교보생명 광고가 대표적인 예. 20대 아들로 등장한 가수 비는 레코드 가게에서 어렵게 낡은 CD 한 장을 찾아낸다.

침울한 표정으로 운전하는 아버지 옆에 앉아 음반을 틀자 ‘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이라는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반백의 머리, 주름진 아버지의 얼굴에 흐뭇한 표정이 떠오른다.

웅진 씽크빅

▽신세대 아빠, 그들에게 주목하라=중년 또는 노년의 아버지 모습도 있지만 최근 광고 속에서 주류를 이루는 ‘아빠들’은 엄마 못지않게 극성스럽게 가사나 자녀교육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신세대의 모습이다.

지난해 자녀의 100점짜리 시험지를 들고 좋아하는 아빠(최수종)의 코믹한 모습으로 ‘바지바람’을 일으키며 달라진 교육 세태를 표현한 학습지 웅진씽크빅은 최근 광고 속에서 또 다른 아빠(유준상)를 등장시켰다,

‘나도야 간다’를 외치는 김수철의 노래를 배경으로 형, 누나들을 따라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유아기 교육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는 내용.

생활용품 특히 세제광고에는 반드시 엄마와 딸이 등장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아빠와 아들을 등장시킨 광고도 눈에 띈다.

드럼 피죤

드럼 세탁기용 세제 ‘드럼 피죤’ 광고에서 아빠는 옷을 빨기 위해 아들의 옷을 벗기려하고 아들은 장난기어린 표정으로 달아난다.

제일기획 박은숙 대리는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가사와 육아를 공동 분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다 주5일제 근무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버지들이 늘어나면서 주부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제품의 구매에 대해서도 남성의 입김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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