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1일만에 2400억 순매수

  • 입력 2004년 5월 12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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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12일 주식시장에서 11일(거래일 기준) 만에 ‘사자’세로 돌아섰다. 이에 힘입어 시장도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린 듯 26포인트 이상 반등에 성공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폭락장을 초래한 외국인들의 매도공세가 끝나가고 있는 것인지에 쏠려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순매수 전환을 점치기는 아직 이르다”며 “다만 매도 강도가 눈에 띄게 약해진 것은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외국인 11일 만에 순매수=외국인들은 이날 2400억원가량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무려 2조6150억원어치 주식을 판 이후 처음으로 매매 포지션을 ‘사자’세로 바꿨다. 이들은 이날 개장 직후 1시간여 만에 1000억여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매수 강도를 높여나갔다. 주요 매수종목은 삼성전자 LG전자 LG화학 포스코 삼성SDI 등 고가대형주(블루칩)들. 최근 주가가 크게 떨어져 저가(低價) 메리트가 생긴 정보기술(IT) 철강 등 주력업종 주식에 대해 외국인들이 입질을 다시 시작한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남기열 국제영업부 상무는 “주로 미국계 펀드에서 사고 싶어도 비싸서 엄두를 못 냈던 종목 중심으로 매수 주문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파는 외국인, 사는 외국인=외국인 투자자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한국주식을 내다판 것은 아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한국물에 대한 투자비중을 축소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외국계 펀드는 서비스와 전기가스 음식료 등 내수관련주와 경기방어주에 대해서는 오히려 비중을 늘렸다. 종목별로는 KT&G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 KT 등에 대해 순매수 포지션을 유지했다.

또 지난달 26일 이후 외국인이 5% 이상 지분을 신규 매입했다고 신고한 상장 등록사는 20여개에 이르렀다. 이들 종목은 크라운제과 LG생활건강 대구백화점 선창산업 대림산업 등 주로 내수 및 경기방어주였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헤지펀드 등 투기성 단기자금이 차익 실현을 위해 한국주식을 주로 내다판 반면 장기투자자들은 길게 보고 저가 매수에 주력했다”며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매매패턴이 확연히 달랐다”고 말했다.

▽매매 포지션 바꿀까?=외국인들의 매매 포지션 전환 여부는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삼성증권 이인교 해외영업팀 차장은 “유통물량이 많지 않아서 외국인들이 조금만 사도 주가가 많이 오른다”며 “외국인들간에도 투자스타일이 많이 달라 하루 순매수한 것 가지고는 매수세 전환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작년 5월 이후 외국인 순매수분 26조원어치 중 10조원가량이 지수 800선 위에서 들어온데다 외국인 손익분기점 지수대도 790선대로 추정되는 만큼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는 한풀 꺾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B 장 사장은 “외국인들은 이날 ‘현물(주식시장) 순매수-선물 순매도’로 매매포지션을 달리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주력했다”며 외국인 매매도 금리 및 고(高)유가 문제와 미국시장의 상승 여부 등 해외변수에 따라 오락가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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