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설비투자 3%…머나먼 2만달러 시대

  • 입력 2004년 5월 10일 18시 04분


지난해 설비투자가 외환위기 이전인 1995년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함에 따라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성장 잠재력의 주요 요소인 노동생산성과 연구개발(R&D) 투자 역시 하락하거나 미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가 꿈으로 그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으로 돌아간 설비투자=실질 설비투자액은 95년 71조2260억원, 96년 77조7592억원으로 상승세를 보이다 97년 70조3083억원, 98년 40조5861억원으로 급락한 이후 등락을 거듭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5% 하락했다.

올해 들어서도 설비투자는 계속 감소세를 보이며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3월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올해 1·4분기(1∼3월) 중 설비투자는 작년 동기대비 3.0% 줄었으며 특히 3월에는 작년 동월대비 6.8% 감소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93∼97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설비투자비율은 1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인 98∼2002년에는 11.2%로 떨어졌다.

서중해(徐重海) KDI 연구위원은 “이전의 과잉투자에 대한 구조조정, 산업구조의 정보기술(IT)화 등 이유가 있지만 현재의 설비투자 감소세는 과도한 수준”이라며 “불황기에도 일정 수준의 투자를 유지하지 못하면 성장 잠재력은 크게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생산성은 하락, 연구개발 투자는 미진=한국상장사협의회가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495개사(금융회사 제외)를 대상으로 최근 조사를 벌인 결과 2003년 한 해 동안 상장기업의 1인당 평균 인건비(급여+퇴직급여+복리후생비)는 전년 대비 5.9% 상승했다.

그러나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는 오히려 0.69% 떨어졌다. 임금은 올랐지만 생산된 부가가치는 오히려 줄어들어 노동생산성이 크게 하락한 것이다.

또 지난해 상장기업의 총연구개발비는 8조7995억원으로 이들 기업 매출액의 2.09%를 차지했다.

이는 2002년의 1.64%에 비해 다소 높아졌다. 그러나 미국(4.0%) 독일(4.0%) 일본(3.9%) 등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또 삼성전자를 비롯한 1∼5위 업체의 비중이 전체 연구개발비의 60%를 차지해 R&D투자도 일부 우량기업에만 집중됐다.

▽잠재성장률 더 떨어지나=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5%대’를 이미 크게 밑돌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산하 금융경제연구원은 투자율과 경제활동참가율 등이 현 수준에서 정체되면 2004∼2008년의 잠재성장률이 4.1%, 2009∼2013년 3.8%로 하락할 것이라고 지난해 12월 경고했다.

반면 투자율이 회복되고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면 2004∼2008년 5.3%, 2009∼2013년 5.5%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洪淳英) 상무는 “기업의 설비, R&D투자 의욕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나와야 하며 생산성 이상의 임금상승 등을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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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잠재성장률 : 인플레이션 없이 한 나라가 달성할 수 있는 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의 최고치. 만약 잠재성장률을 4% 미만으로 추정한다면 4% 이상의 실질 경제성장이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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