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셀 삼성전자”…7일간 매도액의 66%차지

  • 입력 2004년 5월 6일 18시 34분


삼성전자 주가가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8일째 줄곧 내리막길이다. 올해 사상 최고의 실적 등 양호한 펀더멘털은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6일 4.86% 급락하면서 52만8000원으로 장을 마감해 53만원선이 무너졌다. 지난달 23일 63만7000원까지 상승하던 주가가 ‘중국 쇼크’ 이후 급락하는 양상이다. 120일 이동평균선인 52만원선을 지킬지도 불투명하다.

외국인들은 10일째 ‘팔자’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도 외국인들은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 UBS증권 등을 통해 1425억원어치, 27만주가량을 팔아치웠다. 거래소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순매도로 돌아선 이후 7거래일간 매도 금액의 66%(1조6536억원)는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셀(sell) 코리아’가 아니라 ‘셀 삼성전자’라고 할 정도다.

외국인 지분도 지난달 13일 60.12%로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라갔다가 6일 현재 57.66%로 내려앉았다.

증시전문가들은 예상외로 깊은 하락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지난달 23일 63만70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을 때만 해도 “더 갈 수 있다”며 앞다퉈 긍정론을 내놓았다. 외국계 증권사인 CLSA증권은 목표주가를 100만원까지 높이기도 했다.

시장은 삼성전자의 투자매력이 떨어졌다기보다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과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의 투자비중을 줄여나가는 과정에서 ‘팔자’물량이 쏟아진 결과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움직임이 언제까지 지속되느냐 하는 것. ‘중국 쇼크’ 이후 외국인들이 아시아 비중 자체를 줄이는 분위기여서 반전을 점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우증권 정창원 연구원은 “1차 지지선으로 예상했던 55만원이 허무하게 무너졌지만 기술적 지표로 볼때 바닥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급락 이후 반등의 여지는 있지만 삼성전자의 실적이 3·4분기에 고점을 찍을 가능성도 있어 이전 고점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G투자증권은 외국인 지분 57%가 유지되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지분은 지난해 9월 말과 올해 1월 초 57.3%를 지지선으로 삼아 재반등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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