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쇼크, 중간재 수출업체에 ‘직격탄’

  • 입력 2004년 4월 30일 18시 40분


중국 정부의 긴축방침에 따라 한국의 중간재 생산 업체들이 집중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 중국 은행들의 기업 대출 축소로 현지 수입업체들의 신용장 개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수출입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재 수출업체 직격타=산업자원부가 30일 내놓은 ‘중국 경제 위기론과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경제가 위축되면 수출 업계가 전반적인 피해를 보겠지만 그중에서도 석유화학, 철강판, 전자관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중간재 생산 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품목별 대(對)중국 수출은 컴퓨터(36억8700만달러), 무선통신기기(31억1500만달러), 철강판(23억8700만달러), 합성수지(21억1800만달러), 석유제품(17억1700만달러) 순이다.

이 가운데 컴퓨터와 무선통신기기 등 생활소비제품은 중국 수출이 막히면 미국이나 유럽 등지로 전환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폴리에스테르 등의 원료로 쓰이는 석유화학 합섬원료와 석유화학 중간원료, 철강판, 전자관 등은 대중 수출 의존도가 워낙 큰 데다 일부는 다른 지역으로 수출을 다변화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이들 제품은 철강판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내 수요도 포화상태여서 중국 쇼크에 의한 산업 자체의 위기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실제 TPA 등 석유화학 합섬원료는 전체 수출액의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또 석유화학 중간원료의 중국 의존도는 55%, 전자관과 철강판은 41%에 이른다.

삼남석유화학 오병운 과장은 “중국 수요가 줄어들 경우 남아도는 공급량을 국내나 제3국으로 돌리기가 사실상 어렵다”며 “하지만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1·4분기 9.7%)일 경우를 가정하고 수출 계획을 짰기 때문에 당장은 큰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수출입 업무 차질=중국 은행들의 대출 축소로 수출입 업무도 차질을 빚고 있다. LG상사에서 벤젠 수출을 담당하는 김윤태 과장은 “중국 현지 수입업체들이 신용장 개설을 위해 은행에 내야 하는 담보금 비율이 높아져 신용장 미(未)개설 비율이 평소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정부가 이 같은 정책을 계속 유지하면 수출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경향은 특히 자본금이 적은 중소 수입업체들의 위축으로 이어져 한국 수출업체들에 연쇄적인 피해를 줄 전망이다.

무역업체인 삼영CLT 진성훈 과장은 “예전에는 신용장 개설용 보증금이 없더라도 여신 규모에 따라 신용장을 개설해 줬지만 지금은 그나마도 줄이는 추세”라며 “영세 수입업체들의 수입 여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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